태권도가 세계화,국제화 시대에 안정적으로 성장,발전하기 위해서는 태권도학의 정체성 확립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볼 때, 태권도학은 고유한 이론체계와 개념을 확보하면서 방법론과 연구과제의 정체성을 가진 독자적 학문영역으로 성숙되었다고 규정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보다 엄밀하게 말하면, 연구 분야로서 태권도학은 독자적인 연구영역은 마련하였다고 볼 수 있겠지만, 고유한 이론적 맥락을 확보하지 못한 채 방법론적 다원주의 또는 인식론적 환원주의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식의 체계라고 할 수 있는 ‘학(學)’은 인간의 체계적인 탐구 행위 또는 이 탐구 행위의 결과로서 얻어진 체계적인 지식이나 그 지식의 체계 자체를 말한다. 그러므로 학문의 성립조건을 논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과학 일반에 대해 비판하는 것을 임무로 하는 철학의 과제일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서양철학의 전통에 있어서는 어떤 학문이 학문으로서 성립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별로 없는 것 같다. 특정 학문이 학문적 정체성을 인정받고 확고한 지지기반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사회역사적인 요구에 따른 학문의 가치성, 즉 실천성뿐만 아니라 그 학문이 고유한 과학성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오늘날 태권도는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어 무도 스포츠로써 확고한 자리를 잡고 있으며, 전 세계 모든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다. 그러나 태권도를 하나의 학문분야로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외국의 사례는 적으며, 한국에서 조차 태권도학은 학문이라기보다는 체육학의 하위분과 교과목 혹은 실기종목 정도로 여겨지고 있는 실정이다.

영국의 교육학자인 Aron에 의하면 학문의 구성요건을 사상적 지식, 과학적 지식, 실증적 지식으로 들고 있다. 여기서 사상적 지식이란 인문사회 영역을 의미하며, 과학적 지식이란 생리, 해부, 역학 등의 자연과학적 영역을 말하며, 실증적 지식이란 실천적 행위로써 사상적, 과학적 지식의 실제적 적용 상황을 말한다.

태권도의 영역에서 볼 때, 태권도는 틀림없이 태권도철학, 태권도사, 태권도의 사회적 가치 등의 사상적 지식을 지니고 있으며, 태권도트레이닝, 태권도역학 등의 자연과학적 지식과 이러한 이론의 실제 상황인 태권도시범, 격파, 품새, 겨루기 등의 실증적 지식을 지니고 있음이 분명하다.

따라서 태권도가 학으로써 인정을 받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자칫하면 태권도가 학문임을 주장하는데 있어서 타 학문에 용해되어 버릴 수 있는 위험성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타 학문의 이론에 태권도라는 종목만을 대입한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하나의 운동 종목으로써 각 대학에 학과로 설치되어 있는 사례는 유도학과를 출발점으로 태권도학과가 있으며, 골프학과 등도 그 뒤를 따르고 있다. 태권도학과는 1982년을 출발점으로 각 대학에서 정규학과로 발전해 왔으며, 미국과 중국에서도 이미 태권도학과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더구나 태권도와 관련된 논문의 수량과 질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지식 군단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실천적 지식으로써 태권도의 가치는 대내외적으로 항변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권도의 학문화 노력은 외현적 가치에 비해 실제적으로 내세울만한 태권도만의 내용이 그다지 많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태권도학은 타 학문과 구분되는 독자적인 학문성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이렇듯 태권도가 독자적으로 학문성을 갖기 위해서는 선행의 연구 성과를 필요로 한다. 특히 태권도와 관련된 용어와 개념의 정립, 태권도의 가치를 대변할 수 있는 기준과 그에 따르는 역사적,철학적 연구, 태권도 분과학의 상호동심원적 작업, 태권도의 운동과학적 실체연구, 태권도의 미래성 연구 등의 연구가 선행된 이후에야 학문의 구성요건과 더불어 태권도가 학문임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안용규 전문위원(한국체대 사회체육학부 교수)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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