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태권도 일각에서는 태권도장의 위기의식이 불거져 나오고 있는데, 그 이유는 우선 늘어나는 사범과 도장수에 비해 출산율은 급격히 저하되고 있는데서 찾을 수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여성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1.16명으로 떨어졌다. 우리나라에 인구통계가 도입된 이래 최저 기록이고, 특히 OECD국가 가운데서도 최저 수준이다.

이에 맞물려 사상 처음으로 국기원 품(단)심사 지원자는 80년대 이후 연간 10%씩 증가하던 것이 2004년 정체현상을 보이다가 2005년에 와서는 최초의 마이너스 성장(-3.3%. 약 15,000명 감소)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1품(단)에 응시한 수련생 수는 이미 2004년도에 -11%, 2005년도 -6%로 감소했다.

이러한 현상은 말로만 듣던 도장의 위기가 곧 가시화될 것을 말해 주는 좋은 예다. 어쩌면 이미 그 위기가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우선 제도권에서는 수련층 확대 및 도장활성화를 위한 정책수립과 행정적 지원 등을 강구할 수 있는데, 이는 제도권의 역할로 맡겨두고, 필자는 지도 현장에서 사범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에 궁금증을 가지게 되었다.

그 이유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지도 현장의 사범이기 때문이다.

태권도 지도현장에서 사범이 갖추어야 할 자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지도내용’이다.

즉 태권도 사범은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수련프로그램을 계획하기 위해서 체력, 태권도 기술, 게임, 이벤트 등 수련생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가급적 개인의 특성에 맞는 수련 프로그램과 음악이나 다양한 기구를 사용한 프로그램을 계획할 수 있어야 한다.

단, 흥미위주의 수련체계가 수련생에게 단기적으로는 좋은 호응을 얻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무도의 기본 바탕인 예절과 사회성 등의 함양을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둘째로, ‘사랑’이다. 즉 사범은 수련생의 생각과 인격을 존중하고, 넓은 마음으로 포용하며, 수련생의 눈높이에 맞춰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수련생을 편견 없이 따뜻한 마음으로 공평하게 대하고, 가족처럼 관심을 가져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며, 수련생의 입장에 서서 참을성을 가지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도해야 한다.

셋째로, ‘학부모 관리’이다. 즉 사범은 언어구사력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함을 의미하는데, 수련생의 수준에 맞는 언어구사력을 갖추고 도장 방문이나 전화 상담에 능숙하게 대처해야 한다. 물론 대화 시에는 분위기와 흐름을 잘 읽고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 보다 도장에 다니고 있는 수련생,학부모에게 상담자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함으로써 학부모에게 믿음을 심어주고, 홍보효과 및 수련생 관리까지 할 수 있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게 된다.

넷째로, ‘마음자세’이다. 즉 사범은 항상 수련하는 자세로 나태해짐 없이 열심히 노력하고 마음을 갈고 닦아야 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신념과 교육자로서의 자부심을 잃지 않고, 자긍심을 바탕으로 주변 사람들을 대해야 하며, 용모와 복장을 단정히 하고, 궂은일이라도 내 자신이 먼저 앞장서서 솔선수범하려는 자세와 항상 타인에게 모범이 되는 행동을 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태권도의 새로운 기술이나 경향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수련생과 같이 호흡하는 눈높이 교육과 수련생과 학부모를 열린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

다섯째, ‘이론과 실기’이다. 인간의 지식전달은 아는 만큼만 가능하다. 사범은 태권도 수련층이 낮아짐에 따라 아동발달에 대한 전문지식과 태권도 기술(품새, 겨루기, 시범 등의 체계와 원리 및 단계적 수련체계)에 대한 충분한 이론을 바탕으로 수련생의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

그리고 사범은 이러한 이론체계 확립을 바탕으로 자신이 몸소 정확한 동작과 기술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설명의 한계를 직접 시범을 통해 경험적 지식을 수련생에게 전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리더로서의 역할’이다. 즉 사범은 수련생이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도법을 사용하고, 때에 따라서는 코미디언이 되어야 하며, 잘한 것에는 아낌없는 칭찬과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상벌 제도를 활용한 효율적인 지도를 해야 하고, 수련생이 자신감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사범은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수련생 모두가 즐겁게 운동할 수 있도록 이끌고, 어려운 상황에서 잘 토닥이고 화목하고 협조적인 분위기를 유도할 수 있는 민주적 또는 권위적 리더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야 한다.

지금까지 태권도의 위기에 대해 간략히 전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태권도 사범의 역할과 자질에 대해 소개하였다. 사범은 태권도 도장 활성화를 위해서 지도내용을 충실히 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수련생을 대하며, 학부모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리고 사범으로서의 마음자세를 잊지 말고,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리더로서의 역할을 해낼 때 개인이 아닌 태권도 전체가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세상에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이와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키는 이가 있다. 이 둘 사이에 가장 큰 차이는 바로 긍정적 생각을 바탕으로 해결책과 묘안을 짜내어 성실히 극복하려는 자세를 가지느냐, 아니냐에 있다. 지금 우리는 위 질문의 답이 전자인가 후자인가를 신중히 생각해 볼 때이다. 급변해 가는 사회에 빠르게 적응해가지 못하면 누구든 도태되기 마련이다.

물론 앞에서 언급한 사범의 자질을 모두 완벽하게 겸비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사범 자질 중 자신이 강한 것과 약한 것을 판단해 보고 약한 것을 보완하려는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

임태희 전문위원(서울대 체육교육과 강사)  wtkd@paran.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임태희 전문위원(서울대 체육교육과 강사)
• wtkd@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