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제2회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이 16개 세부종목 중 13개 부문에 출전해 11개의 금메달을 획득하자 해외 선수단의 시선이 곱지 않다.

지난 6일 조정원 WTF 총재가 시상을 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1회 대회 때 16개 세부종목에 출전해 전 부문 금메달을 휩쓸었던 것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3개 부문에 불출전했지만, 해외 선수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세계 각국의 선수들은 한국의 ‘메달 독식’이 지난 1회 대회에 이어 또다시 이어졌다며 “한국 선수들의 참가 종목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위에서는 “품새 경기규정에 대한 해외 선수들의 이해가 부족하고, 기량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선수들이 메달을 독점하는 것은 품새 발전을 위해 좋은 현상이 아니다”라고까지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번 대회 각국의 참가 현황을 살펴보면, 세계 50개국 534명으로 지난 1회 대회에 57개국 584명이 참가한 것과 비교해 참가율이 줄어들었다.  

이 대회에 출전한 많은 국가의 선수들은 대부분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

해외의 일부 참가자들은 출전비용을 보조받는 자국 협회를 상대로 차기 대회에 출전하겠다는 명분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 지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50개국 중 메달획득에 성공한 국가는 모두 16개국. 유럽의 강호 스페인을 비롯해 터키, 덴마크, 독일, 러시아,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과 이란과 대만, 중국, 일본, 베트남 등은 메달을 획득했지만, 나머지 국가들은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

특히 아프리카 지역의 국가들은 지난 1회 대회와 마찬가지로 ‘노메달’의 아픔을 겪었다. 뉴질랜드도 ‘노메달’이었다. 뉴질랜드 대표팀의 이한현 감독은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종주국의 좋은 이미지를 자국 선수들에게 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전하면서도 “동메달 하나만 획득해도 뉴질랜드에 돌아가면 국가적 경사다. 실력은 조금 뒤쳐질 수도 있지만 참가국들을 배려한 출전 종목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량 차이를 염두에 두고 A, B조로 나눠 경기가 열린다면 선수들의 사기진작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란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참가국들의 고른 메달 획득을 위해 한국 선수들의 참가 종목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한국이 품새가 세계화되는 것을 겁내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선수들의 출전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여론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정국현 한국체대 교수는 “한국 선수들의 출전 제한은 초창기 대회의 참가도를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 제기될 수는 있다. 하지만 멀리 내다보면 실력으로 가려져야 할 스포츠 세계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앞으로 품새 경기가 완전히 정착하고 기량이 평준화되면 참가 종목 제한 규정도 겨루기처럼 굳어져 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정대길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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