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태권도장들이 수련생들에게 불명확한 산출근거로 승품(단) 심사비를 받는데다 폭리까지 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학부모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승품(단) 심사에 따른 심사비(종합적인 경비)는 태권도의 어떤 조직에도 명문화되어 있지 않고 일선 도장의 관장들이 임의로 결정하기 때문에 지역마다 도장마다 천차만별이다. 

3품 심사의 경우 서울에서 가장 비싼 곳은 압구정동과 청담동 지역 도장으로 최고 30만 원을 받고 있다. 같은 3품 심사에 전북의 한 도장은 24만 원을, 경기도 평택의 한 도장은 18만 원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1품 심사의 경우 국기원의 등록수수료와 대한태권도협회(KTA)의 심사추천료, 시도협회의 심사대행수수료를 더해도 2만 원이 안 된다. 문제는 각 시도협회와 도장이 추가로 책정하는 ‘2만원+α’에서 비롯된다.

일부 시도협회는 경기력향상지원비와 체육관건립기금 등을 덧붙이고, 도장은 여기에 응심(應審) 특별지도비와 띠와 도복 교체비, 사범과 관장 수고비, 재응심 보조비, 품(단)증 액자 제작비, 교통비 및 식사비 등을 포함시켜 대개 10만 원 이상을 받는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수련생 학부모들은 대한태권도협회와 국기원 등 태권도 관련 단체에 “심사비가 너무 비싸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한 학부모는 “고액의 심사비가 어떻게 책정되는지 공개해야 한다”며 소비자보호원에 문제를 제기할 정도다.

심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국기원의 한 관계자는 “매일 수차례 학부모들로부터 심사비가 너무 비싸다는 항의 전화가 온다. 이는 일선지도자들이 심사비를 불투명하게 책정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KTA는 3년 전부터 심사비 항목의 명문화와 통일화의 필요성을 인식해 왔으나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KTA의 한 관계자는 “천차만별인 심사비를 조절할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은 현재로선 없다. 심사비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안은 시도협회 차원에서 일정 금액을 권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정도다.

일부 태권도인들은 심사비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신과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은 심사비의 세부항목을 낱낱이 공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심사비에 포함된 세부항목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승품(단) 심사자들의 탈락 예방을 위한 ‘주말 특별 수련비’를 명문화하자는 것이다. 이는 고등학교에서 정규수업 이외에 행해지고 있는 보충수업비를 받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경기도 평택의 한 관장은 “떳떳하게 교육하고 지도한 만큼의 수고비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고, 서울 송파구의 한 관장은 “심사비에 대해 학부모들에게 떳떳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폭리를 취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일선 지도자들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또 서울 강남의 한 관장은 “학부모들이 이해할 수 있는 심사비 금액을 제시해야 한다. 금액을 책정하면 그에 맞게 수련생들이 얻어가는 것들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대길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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