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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 품새 경기문화를 위하여
  • 이경명 전문위원(태권도문화연구소장)
  • 승인 2007.10.29 11:52
  • 호수 567
  • 댓글 0

태권도는 올림픽종목이다. 올림픽종목으로서 태권도는 겨루기 기술체계의 경기화이다. 그간 겨루기 종목의 경기화로 인해 태권도 발차기 기술은 화려하게 발전했다.

하지만 기술 구사의 단순화로 “태권도 경기는 재미없다”는 인식의 범주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 규칙의 변화를 모색하며 어떻게 하면 재미있는 태권도를 만들 수 있을까? 라는 화두는 아직도 절실하다. 

그 같은 경기 문화의 범주에 하나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것에 주목하자. 품새 체계가 경기화에 팔을 걷고 나선 것이다. 국내에서는 벌써 십여 년의 품새경기문화의 전통을 쌓았다. 그것이 주효하여 품새경기의 세계화 물결이 한국주도로 형성돼 지난 해 제1회 세계대회가 치러졌고 제2회 세계대회(11월 4-6일간)가 역시 태권도 모국 인천에서 열리게 된다.

가을의 절정인 11월에는 설악산 오색단풍의 풍광 못잖게 태권도 행사가 이곳저곳에서 수놓아지게 되어 있다. 국기원 주최 태권도 한마당이 그것이고 대한태권도협회 주최의 코리아오픈국제대회를 비롯하여 같은 장소에서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가 이어서 장식될 것이기에 태권도를 사랑하는 태권 가족들의 발걸음이 바빠질 듯하다. 대회 일정의 중복이 좀 아쉽다할 것이다. 

대인(對人)적 겨루기 경기문화와 대자(對自)적 품새 경기문화는 확연히 다른 차원의 재미와 감동을 관중에게 안겨줄 것이다. 두 문화의 경기에서 채점을 통해 우열을 가린다는 것은 동일하지만, 겨루기경기에 비해 품새경기는 채점방식이 확연히 다른 점을 보여주고 있다. 품새경기규칙에 따르면, 채점기준은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다름을 보이고 있다.

‘정확성’과 ‘연출’이 그것이다. 세부사항으로 정확성에는 기본동작 정확성과 품새별 세부항목, 연출에는 숙련도와 표현성으로 구분되고 있다. 숙련도와 표현성의 세부항목은 5 가지가 따른다. 종합 점수는 10점이다. 채점 방법에서 배점 기준은 정확성이 기본 점수와 연출의 기본 점수가 각각 5.0이다. 품새경기의 채점방식의 특징은 잘못된 점을 찾아 감점하는 것이 겨루기와 사뭇 다르다 하겠다.

품새 세계대회가 이제 걸음마 단계이지만 세계인의 기량은 평준화에 이는 듯한 빠른 기술진화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것의 공로는 ‘동작의 정확성’일 듯하다. 정확성에 대한 채점방법의 예시(例示)로서 1) 기본동작 정확성이나 해당품새의 정확성 요구항목에 어긋나는 동작이 나타났을 때는 1회에 각 0.1 감점한다. 2) 기본동작 및 해당품새의 정확성 요구 항목에서 경미한 실수보다 명확하게 큰 실수라고 인정될 때 1회마다 각 0.5 감점한다.

그런데 세계연맹 품새경기규칙에 따르면, 채점기준에 숙련도의 세부항목은 동작의 크기, 균형, 속도와 힘으로 구분되고 표현성은 강유-완급-리듬, 기의 표현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여기서 표현성의 규정이 무엇인가를 살펴보자. 표현성은 a 표현지에서 요구되는 강유-완급-리듬, 그리고 기의 표현들을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았을 때 1회마다 0.1 감점한다.

b 표현성에서 요구되는 강유-완급-리듬, 그리고 기의 표현들을 명확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큰 실수하였을 때 1회에 0.5 감점한다. 여기서 채점의 사각지대가 보이는 듯하다. 강유-완급-리듬과 기의 표현이 그것인데 강유-완급-리듬이 하나의 항목인지 아니면 셋의 항목이냐가 그것이고 기의 표현 등 “품새 경기규칙 및 해설”에도 전혀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강유와 완급, 리듬 등 이 항목의 기준은 주관적일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동작의 완급은 국기원교본에 따르면, <품새 설명요약>에서 동작(Action)과 품명(Name of Poom)에서 확연히 드러나는 데, 그것을 제대로 해의(解義)하고 설명해줄 수 있는 심판이 얼마나 되는 가이다. 또한 리듬(Rhythm)의 개념 설명은커녕 품새에 있어서 리듬이란 과연 무엇인가의 해설이 없으니 난감하다 할 것이다.

품새의 경기화로 인해 ‘정확성’ 즉 동작의 정확성, 구체적으로 말해 ‘동작의 시종(始終)’에 연연하다 보니 품새의 획일화로 인해 선수의 대체적인 경향이 로봇의 그것(행위)과 진배없는 표현으로 일관하고 있다. 동작의 정확성은 물론 중요하지만 표현성의 테크닉도 품새 채점기준에 크게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선수들이 보이는 정형화, 획일화된 표현의 경도(傾倒), 즉 박자는 품새 경기문화를 재미없게 만드는 요인이 아닐 수 없다.

동작의 강유란 하나의 동작을 놓고 볼 때 예비동작과 본동작에서 유(柔) 즉 부드러움에서 강(剛) 즉 굳셈으로의 과정이며 이완에서 긴장으로, 힘의 약(弱)에서 강(强)의 흐름을 뜻한다. 속도의 완급(緩急)은 선수 임의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완, 즉 느림은 국기원교본에 명시된 동작에 한해서 행해져야 하는 것이고 급, 즉 빠름은 <품새설명요약>에서 동작과 품명란에서 둘 또는 그 이상의 동작으로 연계동작, 즉  하나의 품일 때에 해당된다.

품은 동작결과의 모양으로서 차기 동작을 제외한 단위동작(=서기+공방동작+시선)을 뜻한다. 또한 강, 즉 동작의 굳셈은 예를 들어 ‘짓찧기를 하는 동작’ 이나 ‘기합’과 함께하는 동작들이 이에 속한다. 리듬이란 특정한 시간주기 내에서 동일한 요소와 구조의 규칙적 반복을 뜻하는 데 품새에서는 동작과 동작 상호간의 균형에서 만족스러운 질서를 의미한다.

즉 리듬은 동작의 강유와 완급에 의한 질서를 의미하는 것이다.

기의 표현은 경기자에게 요구되는 집중, 기백, 절도 및 기의 숙달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기품을 의미한다. 경기자의 시선, 호흡, 기합, 기백, 절도, 표정 등이 이에 속한다. 이러하듯 ‘정확성’ 못잖게 연출(Presentation)에서 ‘숙련도(Skill)’와 ‘표현성(Expression)’은 태권도 품새의 생명소이다. 

품새 구현에서 동작의 강유, 품과 동작(Action)의 구분, 리듬 등 채점기준에 보다 객관성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경기규칙의 보완은 물론 태권도지도자들이 품새에 대한 이론적 해의와 표현의 기법 연구가 수반될 때 품새 경기문화의 서광이 보일 듯하다.

이경명 전문위원(태권도문화연구소장)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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