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 2007년 10월 26일 오전 10시 30분～11시 15분
· 장소 : 올림픽파크텔 커피숍
· 대담 및 정리 : 김창완 편집국장, 서성원 취재부장

지난 26일 김정길 회장이 KTA현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 김창완 편집국장=바쁘신데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임춘길 전무와 관련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승부조작 의혹’으로 지난 7월 말 사표를 낸 임 전무의 사표를 지난 23일 수리했습니다. 주위에서는 사표 수리가 너무 늦은 것이 아니냐고 하는데, 그 배경과 이유가 궁금합니다.

△ 김정길 KTA 회장=지난 7월 여러 사람들이 임 전무가 돈을 받고 승부를 조작했다고 증언과 진정을 해왔습니다. KTA는 현직 전무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돈을 받고 승부조작에 개입했다면 일반 코치, 감독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엄청난 범죄 행위이고, 그런 의혹을 받은 것 자체만으로도 사표를 수리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진정과 증언 내용은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어 보이지만 객관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고 음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윤리위원회를 구성해 진상조사를 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관련자의 계좌 추적과 증인 확보 등으로 인해 조사가 늦어지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발언 내용이나 행태를 볼 때 임 전무가 자숙하기는커녕 복귀 의사를 나타내는 등 또 다른 분란을 만들어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해 사표를 수리한 것입니다.

- 김 국장=최근 광주 전국체전에서 전남협회 권갑수 부회장이 여성 심판에게 폭언을 해 여론이 좋지 않습니다. 이번 파문과 관련해 회장님도 기사를 접해보고 여러 이야기를 들었을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KTA가 경기장 질서 문란행위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해 또 다시 전남에게 끌려 다닌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요.

거듭된 경기장 질서문란 행위에 강력대처 지시

△김 회장=지난해 6월 울산에서 열린 소년체전 당시 현장에 없어 실무자들의 보고로만 들었지만, 그때도 전남협회 조영기 회장과 권갑수 부회장이 심판을 폭행해 물의를 빚었다고 합니다. 이제는 지난해처럼 사과를 하는 차원에서 문제를 처리할 단계가 아닙니다.

특히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두 번째인데다 대한체육회가 자정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태권도인들과 관중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폭언을 했다니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양진방 전무이사 직무대행에게 원칙에 따라 강력하게 처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 김 국장=그런데 이번 파문과 관련해 KTA 실무자들은 회장님의 의중과는 달리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 김 회장=대한체육회가 운영하는 신문고와 대화방에 이 문제에 대해 많은 내용이 접수되었습니다. 따라서 그냥 덮고 넘어갈 수 없습니다. 특히 전국체전은 대한체육회가 주최하기 때문에 태권도 경기장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진상조사를 직접 할 수 있어 체육회 차원에서 이미 권갑수 부회장에 대한 징계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앞으로 경기장 질서문란 행위와 폭언, 폭행에 대해서는 체육회 자정운동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처해 나갈 것입니다.

광주체전 전자호구 사용 평가는 “절반의 성공” 

- 김 국장=이번 전국체전에서는 처음으로 태권도 경기에서 전자호구를 사용했습니다. 전자호구 사용에 대한 찬반 논쟁이 아직도 팽팽합니다. 이에 대한 회장님의 의지를 듣고 싶습니다.

△ 김 회장=전자호구를 사용한 것은 심판과 지도자 등 태권도인 스스로가 자초한 일입니다. 그래서 이사회에서 사용을 결정했는데, 우선 공정한 판정만 이뤄진다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 합니다.

이번 체전에서 전자호구를 사용한 것에 대해 KTA 기술전문위원회가 평가를 했는데, ‘절반의 성공’이라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보완하고 개선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 김 국장=전자호구에는 미비한 점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판정의 공정성을 위해 도입하는 것이라면 앞으로도 공식대회에서 사용하면서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 김 회장=앞으로 전자호구를 계속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닙니다. 전자호구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한 뒤 이사회를 열어 전자호구 사용의 성과와 한계, 그리고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 논의할 것입니다. 그리고 전자호구를 어떻게 보완해야 각종 대회에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협의해야 합니다.  

‘이중신분’ 징계 비판에 “시대흐름에 맞게 규정 개선돼야”

- 김 국장=‘이중신분’ 문제로 태권도계가 시끄럽습니다. 최근 KTA가 2차 상벌위원회를 열어 해당 선수와 코치들의 징계는 철회하고 감독들에게는 자격정지 2년이라는 징계를 내렸습니다. 사실 선수등록규정은 근본적으로 선수와 팀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오히려 자기 팀의 희생을 무릅쓰고 선수를 국제대회에 내보낸 감독에게 자격정지 2년의 징계를 내리는 것은 논리에도 맞지 않고 징계 내용도 너무 혹독하다고 봅니다. 주위에서도 징계의 부당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데요.

△ 김 회장=‘이중신분’ 문제는 앞으로 이사회에서 논의해 징계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입니다. 회장인 나의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기는 곤란합니다. 왜냐 하면, 자칫 이사회가 열리기도 전에 내 입장을 밝히면 이사회에서 논의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 김 국장=그러나 KTA 상벌위원회가 어떤 기준과 원칙으로 ‘이중신분’ 관련자들을 징계했는지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특히 일부 특정인들의 개인적인 감정이 이번 문제를 확대시키지 않았나 하는 의문도 듭니다.

△ 김 회장=그런 것 같습니다. 선수등록규정을 구실로 내걸었지만 파벌 싸움과 특정인들 간의 감정 싸움이 어느 정도 내재되어 있다고 봅니다. 옳지 않은 일입니다. 이 문제는 체육회의 선수등록규정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지만, 현재 국회에서도 선수등록규정을 시대정신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는 질의가 있어서 앞으로 선수등록규정을 개정할 때 시대흐름이 많이 반영될 것으로 봅니다.

- 김 국장=회장님께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자정운동에 대해 주위에서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그 성과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순수성’을 의심하기도 합니다. 이런 여론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뒤늦은 자정운동 시각에 “국제대회 유치로 지연됐을 뿐”

△ 김 회장=자정운동을 왜 하게 됐느냐 하는 것은 이미 여러 언론을 통해 밝힌 바 있습니다. 임기 초기에도 체육계의 불합리한 환경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등 큼지막한 국제대회 유치에 집중하다 보니 자정운동이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 뿐입니다.

또 국제대회를 유치하는 상황에서 국내 체육회의 문제가 외신을 통해 보도되면 유치활동에 걸림돌이 되고 오해 소지가 많기 때문에 자정운동을 추진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유치 활동이 끝난 후 임기가 1년 반 밖에 남지 않았지만 체육계 자정운동을 해야 겠다는 신념으로 추진하게 된 것입니다.

솔직히 남은 임기동안 자정운동을 하면 반발도 받고 인심을 잃을 수 있어 두루뭉술하게 보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교통질서를 바로잡고, ‘코리안 타임’이라는 오명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여러 환경들이 개선된 만큼 체육계도 자정운동을 계기로 불합리하고 나쁜 관행들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 김 국장=KTA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태권도 조직과 업무 처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울러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어떤 일이 가장 기억에 남고 보람을 느꼈는지 궁금합니다.

△ 김 회장=태권도는 우리나라 국기(國技)이기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사랑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태권도 경기가 재미있어야 하는데, 실무진들이 아직도 개선방안을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국기원과 세계태권도연맹과의 복합적인 관계가 작용하겠지만, 회장이 어떤 현안에 대해 방향을 설정해 주면 그 나머지는 실무진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봅니다. 그런 점도 좀 아쉽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고 보람이 있었던 일은 지난 2005년 7월 싱가폴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태권도가 2016년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잔류했던 일입니다. 그때 저 나름대로 태권도 퇴출을 막기 위해 아프리카와 남미, 유럽의 IOC위원들을 만나 태권도 지지를 이끌어냈습니다. 당시 태권도는 가라테의 공세에 밀려 고전했지만 2-3표차로 올림픽에서 살아남았습니다. 그때 방심하지 않고 IOC위원들을 만나 열심히 지지를 부탁한 일이 가장 보람됩니다.

- 김 국장=끝으로 태권도계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을 해주십시오.
△ 김 회장=강한 의지를 가지고 체육계의 자정운동을 하는데, 유독 태권도계에서만 이런저런 잡음이 들립니다. 이제 태권도계도 깨끗해져야 합니다. 깨끗해지는 과정에서 진통과 고통이 있어도 태권도 발전이라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문제를 덮어버리기보다는 밖으로 들춰내 개선해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사랑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태권도계도 자정운동에 적극 동참해주고, 개선할 점에 대해선 과감하게 제보해 주기 바랍니다.

◇ 인터뷰를 마치고

“태권도계의 파벌 싸움에 말려들고 싶지 않다. 남은 임기 동안 태권도계가 깨끗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지난 26일 올림픽파크텔 커피숍에서 만나 김정길 KTA 회장의 말과 표정엔 자정운동에 대한 신념과 의지가 역력했다. 1년 3개월 남은 회장 임기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미련없이 태권도계를 떠나겠다는 속내도 내비쳤다.

그래서 그런지 주요 현안에 대해선 거침없이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KTA 전무가 공석인 것에 대해선 “전무 직무대행 체제로 오래갈 수 없다. 적임자가 나타나면 선임하겠다. 양진방 전무 직무대행도 고려 대상 중 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인터뷰는 김 회장의 바쁜 일정으로 오래 하지 못했다. 김 회장은 인터뷰 도중 급한 일을 먼저 처리한 후 다시 인터뷰를 하자고 제의했지만, 본지도 편집마감 등 다른 일정이 잡혀 사정이 허락지 않았다.

특히 △윤리위원회 규정 마련 △KTA 회장 선거제도 개선 △택견과 공수도의 체육회 가입 승인 등에 대한 김 회장의 견해와 입장을 들을 수 없어 아쉬웠다.

김창완-서성원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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