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셉은 내가 군대생활을 할 때 만난 미군 병사다.

1968년 미 정보함 “푸에블로”호가 이북으로 강제 납치되었을 때 우리 비행장에도 초비상이 걸렸다. 밤새 비행기 소리가 요란하더니 미군들이 눈에 보이게 늘어났다. 신형 전투기들이 날아들고 금방이라도 한바탕 할 기세였다.

어느 무더운 여름 주말 오후 나는 콘세트 도장에서 혼자 태권도 수련을 하고 있었는데 한참동안 문 앞에서 구경만 하고 있던 미군 둘이 땀을 훔치며 내게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실례합니다. 내 이름은 ‘죠셉’이고 이 사람은 ‘어니’라고 합니다. 잠시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을 좀 주시겠습니까?”
“......아 예스!?”

나는 제대로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대충 짐작은 할 수 있었다.

“다름 아니라 우리에게 태권도를 가르쳐 줄 수 있겠습니까?”
“노오!.. 노타임”
“제발 시간을 좀 내 주시오!”
“나는 시간이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들이 꼭 태권도를 배우고 싶으면 내가 잘 아는 좋은 사범을 소개하겠습니다.
“아니오! 우리는 당신이 좋습니다.”
“.......... 한 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 후 어니와 죠셉은 담배와 음료수를 사들고 다음날에도 또 그 다음날에도 나를 찾아왔다.

“어떻게 잘 한 번 생각해 보았습니까?”
“......! 우리 이렇게 합시다. 시간을 따로 낼 수는 없으니, 내가 운동하는 시간에 맞춰서 오면 조금씩 도와주겠습니다.”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해서, 나는 한 주에 두 번 정도 그들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어-니라는 미군은 이미 일본식 가라테 녹색띠를 보유하고 있었다. 얼마 못가서 열 명이 넘는 미군들이 찾아왔고, 그들은 곧 미군 태권도부 설립을 기지본부에 상신했다.

우리는 미군 식당을 저녁 식사 후에 사용할 수 있는 허락을 받아냈고 난 미군 태권도부 교관으로 임명됐다. 이렇게 대수롭지 않게 시작한 것이 금방 70여 명으로 불어났고, 또한 이 일은 내 인생 궤도를 바꿔버렸다.

나는 매주 화, 목요일 저녁에 2시간씩 그들을 성심껏 지도했다.

나보다 한 살 어린 죠셉은 “형님” 이라 부르며 나를 잘 따라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형님! 나하고 같이 미국에 들어갑시다.”

“...... 아니야! 나는 여기가 좋아.”
“한 번 잘 생각해봐요”
“그래 알았다. 시간을 두고 좀 생각해 보자.”

미국이란 미지의 세계와 한 번 부딪쳐 보고 싶은 매력도 있었지만, 나는 정겨운 고향 땅에서 향토 계몽에 힘쓰며 조용히 살고 싶었다.

다음해 초여름, 나는 죠셉과 같이 워커힐 외국인 전용 호텔에서 며칠 휴가를 보내게 되었다. 난생 처음으로 실내수영장에서 수영도 하고, 볼링, 카지노도 구경했다.

60년대 말, 과도기 군정시대에 나는 이 미국사람들의 군인이 아닌 일상생활에 무척 매력을 느꼈다. 직위나 빈부에 구애 없이 예의를 지키면서 서로 존중하고 최상의 자유를 지향하는 삶을 보았다.

“죠셉, 나 미국에 들어갈래.”
정말이야? 오케이 브라더, 아이 러브 유”

나를 안고 번쩍 들어 올리더니, 한 바퀴 비행기를 태웠다.
“오케이, 모두가 잘 될 거야, 염려 하지마, 내가 걸작품을 한 번 만들어 볼 테니까 말이야!”

이렇게 해서 나는 미국 이민 수속을 시작하게 되었다.

> 다음호에 계속

곽병열 사범  dssim22@paran.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곽병열 사범
• dssim22@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