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장에서 수련생들이 줄넘기에 한창이다. 도장 반을 나눠 한쪽에서는 전날 부족했던 태권도 품새 동작을 연습하느라 여념이 없다. 태권도와 줄넘기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도장의 풍경이 사뭇 신선해 보인다. 그래서일까? 주위 또래의 아이들과 어울려 왁자지껄 얘기하기 바쁜 여느 도장 수련생들과는 달리 이들은 도장에 오면 무언가 ‘할 일’이 있어 보인다.

음악 줄넘기를 하고 있는 인성 태권도장 수련생들.

지난 11일 찾은 인천시 서구 당하동에 위치한 인성태권도장의 모습이다. 처음 도장 정문을 열고 들어서며 가장먼저 눈에 띠는 건 30여 명의 수련생들이 최병옥(36) 관장의 지도 아래 경쾌한 음악에 맞춰 수준급의 줄넘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최 관장은 “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태권도 수련이다. 하지만 태권도 하나만을 가르치려고 하는 구시대적 발상으로는 안 된다. 수련생들의 흥미와 재미를 위해 끊임없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수련생들의 간지러운 부분을 잘 아는 끊임없는 그의 노력 때문일까? 2005년 1월 처음 개관한 이후 4500세대가 밀집되어 경쟁 도장 4곳이 건물하나 간격으로 자리 잡고 있음에도 불구, 그의 도장만 유독 수련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인성태권도장이 이렇듯 주변 도장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특별한 이유는 독특한 프로그램 개발. 바로 음악줄넘기를 통한 학부모와 수련생들 모두가 도장 소속의 수련생으로 맺어져있기 때문이다.

최병옥 관장이 수련생에게 발차기를 가르치고 있다.

나이와 세대를 불문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줄넘기를 자칫 어린수련생들의 지루함으로 이어질 수 있을 태권도 수련의 첨가제로 사용한 것이다. 이날 도장 수련생들의 줄넘기 실력은 거의 수준급이었다.

솔개뛰기, 8자뛰기, 2인 줄넘기 등의 고난도 기술은 물론, 줄넘기를 하는 가운데 앞차기 옆차기 등의 발차기를 자유롭게 구사할 정도였다.

그런 이유로 인성도장의 수련생들은 학교 체육시간만 되면 항상 즐겁다. 도장에서 학교체육에 대비한 수련생들의 음악줄넘기 지도 때문에 수련생들은 줄넘기 수업이 있는 날이면 매번 일일 줄넘기 강사로 친구들 앞에 나서게 된다.

여기에 학부모들이 매주 최 관장과 숨은 조력자인 부인 성은수(34ㆍ4단)사범과 같이 2시간가량 줄넘기 훈련을 실시해와 지난 2005년에는 (사)21세기줄넘기연합회가 주최한 전국규모대회에서 창작음악줄넘기 최우수상, 2006년에는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병옥 관장.

음악줄넘기 하나만으로 인성도장이 수련생들의 문전성시를 이루게 된 것은 아니다. 태권도 이외의 합기도와 기계체조, 단봉, 장봉, 쌍절곤 등의 무기술 전문가인 최 관장의 다채로운 보조프로그램이 있어 수련생들의 멀티플레이어화를 가능하게 한 것도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계절마다 실시되는 스키캠프와 등반, 체험학습을 위한 박물관과 과학관 견학, 그리고 체계적인 인성교육을 위해 지리산 청학동 명륜당과의 자매결연을 통해 수련생들을 매년 교육하고 있는 것도 인성도장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부분이다. 물론 태권도수련 비중이 단연 우위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도 항상 환한 불이 밝혀져 있는 인성도장. 늦은 시간까지도 다음날 예정된 수련 프로그램개발에 여념이 없는 최 관장은 “지도자로서 준비 없이 임하는 하루 가지고는 바쁜 생활에 지쳐 들어오는 수련생들의 피로회복제가 될 수 없다”며 땀에 젖은 도복을 고쳐 입는다.

정대길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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