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대륙에는 언제부터 태권도가 보급되었을까?

김영태 사범이 1968년 한인 사범으로는 최초로 아프리카로 건너간 이후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태권도가 보급되었다.

미주나 유럽, 아시아에 비해 태권도 보급이 늦어진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한국과 멀리 떨어진 지리적인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아프리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이었다.

당시 한국 사람들에게 아프리카는 미개한 나라들이 많은 곳으로 기후가 몹시 덥고 풍토병이 많아 먹고 살기 힘들며, 북한과 수교를 맺은 나라들이 많아 신변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그야말로 가고 싶지 않은 기피의 대륙이었다. 따라서 다른 대륙에 비해 태권도 보급도 뒤처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1972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태권도 사범을 공산국가와 개발도상국에 파견되면서 정부 파견 사범(일명 ‘정파사범’)들이 아프리카로 건너가기 시작했다. 당시 정부에선 ‘정파사범’들이 고생한 만큼 대우를 잘해줬다.

<본지>는 창간 12주년을 맞아 다른 대륙에 비해 상대적으로 태권도 보급 과정과 한인 사범들의 활약상을 소개한다.<편집자> 

1968년 한인 사범으로는 최초로 아프리카에 건너간 김영태 사범은 코트디브아르(舊 아이보리코스트)에서 4년 만에 3,500여 명의 제자들을 육성했다. 공보장관과 축산부 차관, 헌병사령관 등도 그의 제자였다.

김 사범은 아이보리코스트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라이베리아, 카메룬, 중앙 아프리카 등지에도 태권도를 보급했다.

<동아일보>는 1986년 9월, 김 사범을 이렇게 소개했다.

“김영태 사범은 코트디브와르 대통령 실에서 지급한 관용차를 타고 다닌다. 현지 정부의 고문으로 진출한 유럽인들을 제외하고 동양인으로서 이 나라 관용차를 타는 사람은 그 뿐이라고 한다. 1980년 8월에는 현지 정부로부터 체육훈장을 받았다. 그의 인기는 생선시장에서도 입증된다. 그가 경영하는 서울식당의 재료를 구하기 위해 차를 몰고 시장에 들어서면 흑인 꼬마들이 일제히 몰려온다. ‘매튜(불어로 사범이라는 뜻)’를 연발하며 그의 차를 돌봐주겠다고 야단이다.”

1970년 정부파견 사범으로 남아프리카로 건너간 윤목 사범은 30년이 넘게 아프리카 태권도 발전과 진흥을 위해 힘썼다.

1998년 케냐태권도협회 회장이었던 그는 1998년 한국을 방문해 케냐에서 열리는 제5회 아프라카태권도선수권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사비 4만불을 투자했다며 아프리카 태권도 진흥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윤 사범은 당시 <태권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프리카에는 이집트를 비롯해 남아프리카공화국, 레소토, 탄자니아, 케냐, 가나, 세네갈, 가봉 등 20여 개국에서 30여 명의 한인 사범이 활동하고 있다. 케냐에는 400개 도장이 있을 정도로 태권도 저변확대는 이뤄졌으나 수준은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1969년 10월 우간다 정부의 초청을 받아 의술(醫術)업무를 겸해 파견된 김남석 사범은 2년만에 태권도 수련자를 3천여 명 길러냈다.

당시 우간다에 살고 있는 교포는 50가구에 불과했다. 우간다는 철저한 관료사회였다. 따라서 의사의 신분으로 파견된 김 사범은 고급관리로 대우를 받으면서 비교적 어렵지 않게 태권도를 보급할 수 있었다.

1977년 정부파견 사범 시험에 응시해 합격한 박연환 사범은 이듬해 아프리카 남부에 위치한 레소토왕국에 도착, 2년 동안 특수교육부대원들과 민간들인에게 태권도를 가르쳤다. 박 사범의 당시의 활동에 대해 “도복이 없는 어린이들에게는 무료로 도복을 선물하기도 했고, 영어로 된 교본을 구해 군인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한국산 부채를 선물해가면서 태권도와 한국을 홍보했다”고 밝혔다.

박정원 사범과 신경호 사범은 가봉공화국에서 태권도를 보급했다.  1976년 가봉에 파견된 이들은 가봉의 대통령 경호실, 헌병사령부, 특전사, 경찰 등 주요 5개 부처를 분담해 불철주야 태권도 보급과 지도에 노력, 수련생 500여 명을 배출했다. 1976년 11월에는 대통령 경호실장 등이 임석한 가운데 제1회 승단심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1970년대 초반, 프랑스에서 활동했던 이관영 사범은 70년대 중반 세네갈에 건너가 태권도를 보급했다. 이 사범은 1974년 세네갈 박람회 때 태권도 시범을 보이기 위해 그곳에 도착했지만 상황은 최악이었다. 세네갈이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관계로 모든 행정 체제가 프랑스 형식인데다가 일본 가라테가 판을 치고 있었다.

이와 더불어 한국대사관 측도 시범 협조 요청에 대해 협조는커녕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 사범은 그대로 주저앉을 수 없었다. 그는 세네갈 체육성 장관을 만나 세네갈 군대에서 시범을 하는 것을 협의하고, 결국 멋지게 시범을 끝마쳤다.

노승옥 사범은 이집트에서 왕성하게 활동했다. 당시 이집트 경찰대학에서는 태권도를 수련하도록 했고, 카이로대학에서는 태권도를 정식으로 정규과목을 채택, 학교 당국의 확약을 받았다. 노 사범은 중동의 구심이 되는 이집트에서 중동태권도선수권대회가 개최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정기영 사범은 1998년 이집트 태권도 현황에 대해 “84년 때만 해도 태권도 인구는 1만 명도 안됐지만, 이제는 10만 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1985년 7월 대한태권도협회의 추천으로 모로코에 파견된 김상천 사범은 교민이 거의 없는 이곳에서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태권도를 보급했다. 모로코에는 1970년대 초 태권도가 보급됐지만, 불모지가 다름이 없었다. 1981년 모로코체육연맹에 태권도가 정식 가맹단체로 등록됐지만, 선수들의 기량이나 태권도 인프라는 미흡하기 짝이 없었다.

이 때 김상천 사범이 모로코에 파견돼 본격적으로 태권도의 저변을 확대했다.

1980년대 초 케냐 정부의 초청을 받고 가족과 함께 아프리카에 간 이종길 사범은 자녀들의 교육 환경이 너무 열악해 레소토로 옮겨 태권도를 보급했다.

1966년 영국보호령에서 독립해 영국식 입헌군주국인 레소토에서 그는 군대와 경찰, 학교, 교회 같은 공공단체를 위주로 태권도를 보급해 5천여 명의 제자들을 길러냈다. 2003년 현재, 레소토 국방부 체육위원으로 활약하며 레소토 군인 태권도 보급에도 전력을 다하고 있다. 6·25 전쟁 당시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군대를 파견했던 에티오피아에도 태권도가 보급되었다.

1993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실시한 세네갈 파견 사범 선발시험에서 합격한 박익수 사범의 활약상도 빼놓을 수 없다. 2006년 태권도진흥재단이 공모한 해외 한인 사범 수기 공모에서 특별상을 받은 그는 이 수기에서 “2001년 세네갈에서 열린 제6회 아프리카태권도선수권대회의 개최는 불가능했다. 예산 확보가 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운 현실 속에서 대회를 잘 진행해  세네갈이 우승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 대사들의 숨은 노력 덕분이었다”며 “이 성과로 2002년 와다 대통령은 태권도팀을 대통령 궁으로 초청해 한국 정부의 협력에 깊은 감사를 표명하고 격려해줬다”고 밝혔다.

이 밖에 2003년부터 에티오피아 대표팀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박노칠 사범은 에티오피아 국방부에서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고,  튀니지에서는 임봉석 사범이 활동하고 있다.

서성원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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