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30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태격정로(太擊正路)’라는 고서를 일반인에게 공개하며, ‘태격’이 태권도의 뿌리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청곡 김종회(44·사진) 씨.

일찍이 자신의 사상과 철학을 검증하고 싶은 목적으로 한학(漢學)을 공부하며 태격의 장주로서 수련을 계속해 왔던 그는 “우리 민족 고유의 무술인 태권도가 역사적으로 천대를 받아서는 안된다”며 일반인들에게 그동안 간직했던 소중한 자료를 꺼내놓았다.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의 한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김좋회 씨.

- ‘태격’이 태권도의 원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나. 
△ 태권도의 뿌리가 될 것으로 믿는다. 현재의 태권도의 많은 동작들은 태격과 너무도 흡사하다. 현대의 태권도가 일본의 가라테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설 등은 현실적으로 일정 부분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태격과 같은 명백히 드러나는 자료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 태격이 태권도의 뿌리라고 확신하면서 그동안 왜 태격을 공개하지 않았나.
 △ 태격을 공개하면 일부 태권도인들과 태권도 기관과 마찰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순수하게 수 대째 전해내려 온 태격을 수련하고 전수하고 있을 뿐이다. 태권도계에 혼란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자칫 태권도 역사정립에 큰 파장을 일으켜 싸움으로까지 확대되는 것이 염려스러웠다.

- 태격은 오랜 기간 그 명맥을 이어왔다. 태격을 이용하려는 일은 없었나. 
△ 일부 다른 무술단체에서 종종 우리를 찾아와 태격을 자기네 무술의 역사로 녹이려고 하는 제안도 있었다. 우리가 지켜온 고유한 태격을 무술단체들이 말도 안 되는 역사를 들이밀며 흡수하려고 했다. 태격이 태권도의 뿌리가 될 수 있다고 믿어왔던 나에게 그런 제안은 얼토당토않다.

- 태격이 무엇으로 태권도의 부족한 역사를 어떻게 채워줄 것이라고 생각하나. 
△ 먼저 외적인 측면에서 현재의 태권도 동작들은 1770년경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태격과 너무도 흡사하다. 내적인 측면에서는 태권도가 강조하는 인성교육과 관련한 모든 것이 태격을 배우기 위해 반드시 사서삼경을 통독해야 만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과 의미를 같이한다고 본다.

또 전문 학자들에 의해 100년 이상 되었다는 고서인 ‘태격정로’의 검증은 사본임에도 불구하고, 태격이 태권도의 역사를 받쳐줄 수 있다는 잠재 가치가 있다는 증명해주는 것이다. 여기에 1770년경부터 지금까지 태격의 수련 장소인 ‘각저판’의 보존과 태격 수련으로 가기 위해 사서삼경을 외우고 배우는 곳인 ‘서승골’의 역사적 기록들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다.

태격을 배우는 문하생들이 학성강당 앞마당에서 '인화 중통법'을 시연하는 모습.

- 일반인들에게 태격을 보급하려는 계획은 있는가. 
△ 다음달 3일 열리는 제9회 김제 지평선축제에서 20분 정도 주요 부분만을 선보이고 이튿날인 4일, 태격의 전모를 볼 수 있는 두 시간 가량의 시범을 한다. 다만 우려가 되는 것은 태권도 역사의 한가운데서 태격이 한낱 ‘아류’ 정도로 취급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대길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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