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상벌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주지 않는 거야!”

지난 13일 오후 5시 15분. 임춘길(61) KTA 전무이사가 버럭 화를 내며 KTA 이사회가 열린 회의장(올림픽파크텔 4층 아테네홀)에서 나왔다. 상기된 얼굴에는 불쾌한 표정이 역력했다. 담배도 연신 피워댔다. 하봉갑 KTA 이사와 김세혁 삼성에스원 감독에 대한 반감은 곳곳에서 엿보였다.

이윽고 올림픽파크텔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긴 임 전무는 조영기, 황춘성, 한국선, 오승철, 양진방 등 KTA 이사들과 이날 이사회의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기자가 다가가 사진을 찍자 “왜 사진을 찍느냐”며 손사래를 칠 정도로 흥분은 쉽게 가라않지 않았다.

이날 임 전무는 ‘승부조작 의혹 파문’의 책임을 지고 지난 7월 26일 KTA를 떠난 후 49일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오후 2시, KTA 이사회 회의장에 뒤늦게 나타난 그는 먼저 와서 의장석에 앉아 있는 김정길 회장과 5미터 거리를 두고 앉았지만 인사를 하지 않았다.

김 회장도 임 전무가 오기 전, 다른 이사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친근감을 보였지만, 임 전무에게 악수를 건네지 않았다. 이는 서로에 대한 ‘불신의 벽’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모습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13일 KTA 이사회에 참석한 임춘길 전무가 목이 마른 듯 물을 마신후 생각에 잠겨있다.

- 지난 7월 26일, 김정길 회장에게 왜 사표를 냈나.
△ 하봉갑 KTA 이사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이 사전 승부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내 측근들을 내사한다는 등 나를 압박했다.

당시 태권도계는 여러 가지로 혼란스러웠는데, 내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지 않으면 각종 언론매체에서 태권도의 부정적인 내용을 집중 보도한다고 해서 내가 스스로 물러나면 태권도계가 조용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낸 것이다. 사표를 낸 후 이렇게 시끄러울 줄 알았다면 사표를 내지 않았을 것이다.

- 사표를 낸 후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지금의 심정은 어떤가.
△ (김정길 회장 보좌관 출신의 KTA 이사인) 하봉갑이 무슨 암행어사라도 되느냐. 사표를 내고 태권도계를 떠났으면 가만히 내버려 둬야지, 내가 무슨 큰 죄를 저질렀다고 내 뒤를 캐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나도 사람인데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나는 금품을 받고 승부조작을 하지 않았다. 

- 검찰 수사에서 뚜렷한 혐의가 드러나지 않으면 전무직에 복귀할 건가.
△ 김정길 회장 체제에서 전무를 할 생각이 없다. 3년이 넘게 김 회장을 모셨는데, 이번 일(승부조작 의혹 파문)이 벌어졌다면, 우선 측근들이 주장보다 내 말에도 귀를 기울여줬어야 했다.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김 회장에 대한 신뢰감이 무너졌다. 이번 이사회에 이사 자격으로 참석하면서 김 회장에게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다 하려고 했는데, 그래도 3년 넘게 모신 연민의 정이 남아있어서 그런지 많이 참았다.

- 이사회가 끝난 후 “상벌위원회를 소집해 징계를 줘야 한다”는 말은 대한체육회 규정을 어긴 김세혁 감독과 손태진 선수를 가리킨 말인가.
△ 그렇다. 대한체육회가 김세혁과 손태진이 ‘이중등록’ 문제로 체육회 규정을 위배했다며 8월 14일에 KTA에 유권해석을 내려 보냈다면, KTA 집행부는 규정에 따라 빨리 집행하면 된다. 상벌위원회를 열어 체육회 상벌 규정(9조 2항)에 따라 감독과 선수를 징계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사무국이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삼성에스원 측이 변호사를 통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2차적인 문제다.

서성원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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