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복잡한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가 있게 마련인데 KTA의 승부조작 파문으로 시작된 사건은 그 해법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해법은 고사하고 지난 13일 열린 이사회는  복마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윤리위원회를 구성해 태권도계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 했지만 오히려 반감을 사고 있다. 게다가 현재 검찰에 고발된 사건도 윤리위원회 명의로 모양새를 갖추려 했지만 윤리위원회가 이를 거부해 결국 KTA 김정길 회장 명의로 고발해야 만 했다.

이 모두가 김정길 회장이 태권도계의 여론을 경청하지 않았거나 무시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작금의 승부조작 사태는 사실상 오는 27일부터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리는 베이징 올림픽 세계예선대회에 파견할 국내선발전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KTA가 정략적으로 특정 팀에게 유리한 판정을 내리도록 분위기를 형성했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이처럼 지도자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KTA 한 이사가 그 틈을 이용해 국내에서 내로라는 팀 지도자들을 한곳으로 불러 모았고, 결국 이 자리에서 그는 각종대회에서 판정과 관련해 부정비리가 횡행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부터 승부조작 파문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베이징 올림픽 세계예선전에 파견할 국내 선발전과 관련한 승부조작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단서도 밝혀내지 못했다. 이렇게 되자 태권도인들은 작금의 사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한 이사가 김정길 회장의 권력을 이용해 자신과 친분관계가 두터운 특정 팀 감독을 밀어주기 위해 사태를 조작하고 있다고 반격했다.

이렇게 되자 한 이사는 급해지기 시작했고, 나름대로 신뢰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소문을 근거로 지도자와 선수들 부모들과 접촉해 몇 가지 부정비리를 밝혀냈지만 올림예선전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다. 게다가 처음 확신했던 윗선까지 승부조작과 관련해 금품이 전달됐다는 어떠한 근거도 밝혀내지 못했다.

이제 모든 진실은 사법부가 밝혀낼 것이다.

당연히 진실은 가려져야 한다. 하지만 승부조작과 관련해 윤리위원회 구성 등 필요 없는 시간을 허송하느라 검찰수사 의뢰가 늦어졌기 때문인지 승부조작을 놓고 벌이던 진실공방도 서서히 식어가고 있다. 이제 태권도계의 관심사는 자진해서 사표를 제출했던 임춘길 전무이사와 양진방 기획이사의 업무복귀다.

진실이 가려지기도 이전에 벌써부터 업무복귀가 태권도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는 것은 임춘길 전무가 승부조작과 관련해 어떠한 거래나 심판들에게 지시가 없었다는 대다수 태권도인들의 확신과 믿음이 깊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김정길 회장에 대한 신뢰가 실추되고 장악력도 갈수록 떨어질 전망이다. 지난 13일 이미 이사회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다. 윤리위원회 세부규정은 이사들의 반발로 통과시키지 못했다. 게다가 손태진 선수의 등록규정 위반에 대한 이사들의 요구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사무국 역시 평소와는 다르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김정길 회장과 임춘길 전무이사, 양진방 기획이사의 3인의 구심점이 깨지면서부터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김정길 회장은 이번 이사회에서도 밝혔듯이 임 전무와 양 이사가 제출한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 검찰수사 결과를 보고 사표수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너무나 무책임한 발언이다. 월급은 지급되고 있고, 사표도 수리되지 않았다.

검찰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업무를 보겠다고 할 수도 있다. 게다가 검찰수사 결과에 따라 항소 할 경우 임기동안 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다. 혹시 태권도계를 너무 얕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 남은 1년6개월의 임기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참으로 암담하기만 하다.

김창완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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