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계에서 어떤 인사를 문제삼을 때 가장 핵심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표현은 태권도인과 비태권도인이다. 요즈음 태권도인들이 말하는 비태권도인이라는 표현 이면에는 문동후 세계태권도연맹 사무총장이 있다.

일각에서는 비태권도인인 문 총장이 세계연맹 사무처를 잘못 이끌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조정원 총재와의 불화설까지 제기되면서 태권도계에서는 문 총장의 입장과 견해를 궁금해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본지는 문 총장을 만나 이에 대한 견해와 세계연맹의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문동후 사무총장.

- 총장은 비태권도인이어서 태권도 정서를 파악하지 못한다는 여론이 있다.

나는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서 둔감하다. 전혀 그런 말들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 모든 것은 일로써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계연맹에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연맹이 나가야 하는 방향이 국제스포츠사회에서 부각되고 관심을 받아야 한다.

어쩌면 태권도인이 사무총장직을 수행해야 한다는 일각의 바람은 당연한 것이고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하지만 태권도를 수련했다고 해서 국제스포츠기구인 세계연맹의 행정까지 잘 이끌 수 있다는 선입견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단순논리에 의해 태권도인이다, 비태권도인이다라며 사람을 구분해 평가하기 보다는 실질적으로 실행하는 일들에 대해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 그래도 태권도계 정서를 파악하는 것이 업무를 수행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세계연맹 사무총장으로서 1년여간 업무를 수행하면서 나름대로 태권도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다. 선수와 심판, 코치와 같이 경험을 통해서 습득할 수 있는 전문지식은 많이 부족하지만 경기규칙에 대한 내용과 문제와 대책 등은 자세하게 인지하고 있고 또 계속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가 가장 부족한 것은 어떤 태권도인사가 어떤 사람들과 관계가 있고 또 그 사람이 어떤 사람과 유대관계 속에 어떤 그룹에 속하는지 등등으로 태권도계 인사에 대한 파악은 실상 잘 모른다. 그러나 태권도계 인사들의 친소관계를 잘 안다고 해서 반드시 행정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한다는 원칙도 없고 오히려 그러한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일을 처리하는데 보다 객관적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 태권도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태권도가 재미있는 경기로 변모해서 일반대중들의 관심을 끌고 나아가 부가가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심판판정의 공정성 확보가 가장 핵심적인 사항이다.

내년부터 도입할 예정인 5심제, 전자호구, 경기장 축소, 서든데스 등 세계연맹이 태권도를 개혁하는 여러 가지의 노력들을 국제사회에 알렸고, 이를 IOC 등 국제스포츠사회에서 인정했기 때문에 지난 7월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태권도를 개선해 나가는 과정들이 단순히 경기규칙을 어떻게 바꿔야한다, 도복을 변화시키자 등 의견만 나온다고 진행될 수 있지 않다. 바람직한 의견들을 개념화하고 조직화해서 실질적으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것이 필요하고 내가 세계연맹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고 그것이 나의 맡은바 업무라고 생각한다.

- 과열경쟁 때문인지 전자호구 업체들간에 특혜시비가 일고 있는데....

절대로 전자호구 공인에 특혜가 있을 수 없고 어떤 외부의 압력도 작용할 수 없다.

전자호구 공인에 대한 사안이 워낙 중요하고 민감한 만큼 여러 가지 말들이 무성할 수 있다. 그래서 특혜의혹을 사전에 차단시키고 공신력을 확보하기 위해 체육과학연구원에서 표준 스펙을 마련하는 등의 검증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전자호구 제품 공인에 부정적인 방법으로 관여한다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나 역시 제품 공인과정에서 특정업체에게 특혜를 부여한다든가 업자들과의 유착관계가 있다면 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 사무총장직을 걸고라도 부정적인 방법으로 특정업체를 지지하는 일은 결단코 없을 것이다.

- 일각에서는 언론을 기피한다는 말도 있는데.

세계연맹에는 연맹 전체를 대표하는 총재가 있다. 나는 사무처의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사무총장이다. 연맹의 공식적인 입장은 한 목소리로 나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연맹을 대표하는 총재가 언론에 자주 비춰지고 총재를 통해 세계연맹의 추진방향이 제시돼야만 문제가 없고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들이 사용하고 있는 말은 단어 하나하나에도 의미가 다를 수 있고 받아들이는 사람의 생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러운 것이다.

내가 총재와는 별도로 목소리를 내면 연맹의 추진사항이 일관성이 없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따라서 나는 언론을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아끼는 편이고 연맹의 공식적 입장은 일관돼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 끝으로 태권도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당부라기보다 다시 한번 나의 의지를 표명하고 싶다. 나의 업무에 대한 건설적인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이겠지만 비태권도인이라는 선입견에 의한 단순평가는 안 해줬으면 좋겠다. 세계연맹 사무총장직을 수행하면서 태권도인의 한사람으로서 태권도 발전에 일조하겠다는 신념을 갖고 일해 왔고 또 앞으로도 맡은바 업무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김홍철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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