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종료 부저가 울린다. 아무도 듣지 못한다. 코트 한 가운데에 있는 주심마저 경기에 흠뻑 빠져 부저를 듣지 못한 눈치다.

경기가 끝난 뒤 10여 초가 경과된 후에야 잔뜩 달아오른 두 선수를 주심이 말린다. 겨우 흥분을 가라앉힌 선수들은 그제서야 각자의 위치로 돌아간다. 쩌렁쩌렁한 장병들의 응원소리를 듣지 못한 심판과 경기에 열중한 선수들 모두를 이해한다는 표정이다.

60년대 각 부대의 명예를 걸고 맞섰던 날카로운 신경전과 살벌한 분위기는 이제 볼 수 없지만, 장병들만이 내뿜을 수 있다고 하는 아우성만큼은 여전히 등골을 쭈뼛하게 한다.

하지만 그들의 아우성은 전에 비해 겉모습만큼은 확실히 틀려졌다. 잘 정돈된 모습으로 체계적인 응원구호와 각종 소품을 동원하며, 응원단장을 앞세운 그들의 모습이다. 하지만 여전히 지울 수 없는 이상한 기류는 ‘총만 안 들었을 뿐 전쟁’이다.

이날 그들의 응원모습은 각양각색. ‘최강 3군 무적 선봉’이라는 노란색 바탕의 플래카드를 걸고 줄무늬 단체 상의를 입고나온 3군 응원단이 단연 최고다. “무적 3군”이라는 우렁찬 소리와 며칠 밤을 샜음직한 대중가요 리메이크 응원가는 경기장의 모든 소리를 집어삼켰다.

이들의 체계적인 응원에도 불구하고 3군은 ‘군 종합우승’이라는 영광을 차지하진 못했지만 그들의 모습은 강렬했다.

자신이 소속된 부대의 경기가 끝난 뒤에도 그들은 상무선수들의 마지막 경기를 자리를 옮겨가면서 응원해주는 훈훈한 장면도 연출했다.

물론 해병대의 붉고 강렬한 모습들과 해군의 넓고 푸른 물결 응원들도 대회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국방부장관기대회가 아닌 다른 대회에서도 이런 열정 가득한 응원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될까?

정대길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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