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단장애인으로 국내 최초 유일한 스포츠 의족 육상 선수 조수현. 의족 프로복서 황원준. 이들은 불의의 사고로 한 쪽 다리를 잃었지만 절망을 극복하고 장애인들에게 삶의 희망을 전해주고 있다.

태권도계에도 장애인들에게 삶의 용기를 전해주는 인물이 있어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그 주인공은 부산에 살고 있는 김형배(48)씨. 그는 의족장애인으로서 지난달 26일 태권도5단 승단 심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의족 장애인' 김형배씨가 태권도를 수련하고 있다.

그는 24년 전, 전역 1개월을 앞두고 비무장지대 작전 수행 중 지뢰폭발사고로 인해 왼쪽 무릎 아래 부분을 잃었다. 절망에 빠진 그는 제대 직후 의족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걷는 것조차 힘겨웠던 그는 운동을 하겠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체력이 약했던 그는 태권도, 쿵푸, 합기도, 권투 등 안 해본 운동이 없을 정도였다. 자신감을 키워주는 태권도는 그의 적성에 맞아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수련했다. 군에 입대해 태권도 지도를 맡을 만큼 그는 실력이 좋았다. 사고 전, 그는 태권도 3단이었다.

불혹(不惑)이 찾아오자 체력이 약해졌다는 것을 느껴 달리기를 시작했다. “상이처(절단부위)와 의족이 맞닿아 상처가 생겨 처음에는 2~3km를 달리기 시작해 조금씩 늘려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경험도 있다”고 말했다.

달리기를 하면서 체력을 회복한 그는 7년 전 부산동부수정도장을 찾아가 “청소년시절에 자신감과 용기를 심어준 태권도”를 수련하며 “의족 장애인도 태권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 주고 싶은 열망이 생겼다”고 한다.

오랜 수련의 결과, 그의 상이처 부위에는 굳은살이 박혀있다. “의족과 상처가 맞닿는 부분에 상처가 빈발하고 발차기, 품새 동작이 어색하고 힘겨워 태권도를 괜히 시작했다”는 후회도 밀려왔지만 부산동부수정도장 이상정 관장의 격려로 포기하지 않았다. 이 관장은 그에 대해 “끈기가 강하고 태권도를 하겠다는 의욕이 강하다”고 얘기했다.

부산교통공사 초량동역 부역장인 그는 퇴근 후 수련을 하고 있다. 평소 그는 백양산에서 등산을 하고 하산하면서 마라톤을 해 체력을 보강하고, 도장에 가서 품새와 발차기를 수련한다. 그는 “태권도를 하면서 체력과 자신감을 회복했다. 수련을 하면서 시련이 찾아오기도 했지만 신체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불의의 사고로 인해 절망에 빠진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령선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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