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태권도협회(KTA)의 ‘브레인’으로 김정길 회장을 보좌하며 각종 정책과 기획을 도맡아 처리해온 양진방 기획이사(51·사진)의 거취와 진로가 제도권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양 이사는 임춘길 KTA 전무를 둘러싼 ‘승부조작’ 의혹이 확산되자 지난달 초 미국에서 급히 귀국해 심사숙고 끝에 사표를 냈다. 이번 파문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양 이사가 사표를 내자 일각에서는 양 이사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진 김 회장이 사표를 내도록 분위기를 잡은 것이 아니냐는 소리도 들렸다.

그러나 김 회장은 지난달 6일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무를 비롯한 어느 누구에게 사표를 내라고 종용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양 이사도 사표를 낸 배경에 대해 “도의적으로 책임을 지는 게 도리이지 않느냐”며 집행부 일원으로서 책임을 회피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당시 그는 제도권 생활을 미련없이 접고 교수로서 전념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르면 올 연맹이나 내년 초 미국 교환교수로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류병관 용인대 교수는 “정치적으로 잘못된 파트너를 만났지만, 공동의 책임을 지는 것도 도의적인 능력이라고 본다. 본인의 자발적 선택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존중한다. 행정 능력과 창의력이 큰 사람이고 능력과 재능이 무궁무진한 사람이기 때문에 결국은 해야 할 일을 해야 하고,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한다”며 양 이사의 결정을 존중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요즘. 양 이사가 KTA에 복귀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KTA의 일부 직원들도 이번 파문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양 이사가 복귀하는 것을 내심 바라고 있다. 양 이사의 빈자리가 예상외로 크다는 것이다.

아무 죄도 없는 양 이사가 이번 파문의 희생양이 되어선 안 된다는 소리도 있다. 이와 관련, 광주협회의 한 임원은 “전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사람이 없다. 최선책은 아니지만 양 이사가 업무에 복귀해 김 회장과 끝까지 임기를 같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양 이사의 속마음은 어떨까?

태권도 관련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중국 6개 도시를 순회하고 지난달 31일 귀국한 그는 ‘복귀 여론’에 대해 말을 아꼈다. 다만 자신을 생각해주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며 장고(長考)에 들어갈 가능성을 내비쳤다.

양 이사가 본래의 업무에 복귀하려면 김 회장의 두터운 신임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승부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된 후 김 회장이 양 이사에 손을 내밀지, 그리고 양 이사가 김 회장의 손을 맞잡을 지는 현재로선 속단할 수 없다.

서성원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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