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술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국기원, 세계태권도연맹, 대한태권도협회 등 태권도 3대 기구가 내세운 화두는 ‘개혁과 발전’이었다. 그 만큼 태권도는 많은 것을 개선해고 보완해야 할 사안들이 산적해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개혁과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한 계층의 시각을 통해 표출되는 문제점과 대안을 적극 수렴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본지는 향후 태권도계를 이끌어갈 태권도학과생들의 시각으로 바라본 태권도의 개선점과 함께 대학생들의 최대 관심사가 돼버린 졸업 후 진로에 대한 생각까지 들어보는 토론회를 마련했다.

본지는 한국대학생태권도연합회와 본지 공동주최로 열린 토론회를 통해 경희대, 계명대, 용인대, 한국체대 등 4개 대학교 태권도학과 학회장들의 다양한 의견들이 담긴 기획특집을 게재한다. <편집자주>

지난 6일 경희대학교 체육대학에서 본지와 한국대학생태권도연합회 공동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열띤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태권도학과생들이 생각하는 태권도의 문제점

태권도의 스포츠적 측면 강조로 무도적 측면 소홀
단증 취득이 쉬운 것도 태권도 발전에는 저해요소
어린이에 국한된 태권도 수련계층, 확대방안 절실

이건학 용인대학교 태권도학과 학회장

이건학 = 태권도가 발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스포츠적인 측면만 강조되다 보니까 반대로 태권도의 무도적인 측면은 많이 소홀해졌다. 태권도에는 발차기와 같은 기술뿐만 아니라 정신과 예의 등 소중한 가치들도 함께 담겨져 있다.

이러한 태권도의 가치들이 시간이 갈수록 퇴색돼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태권도 도장에서는 상업적인 것에만 치우친 나머지 태권도를 가르치기보다는 유아체육, 학교체육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태권도의 권위를 향상시킬 방법이 절실하다.

박성언 = 태권도 도장이 상업적 수단으로 전락해가는 모습은 태권도의 이미지를 저해하는 요소가 분명하다.

태권도 도장을 경영하는 일에 먹고사는 생존의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상업화돼가는 것을 백안시할 수는 없지만 상업적인 부분을 추구하면서도 무도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방법은 있다. 교육프로그램에 수련생들이 습득할 수 있는 태권도 정신, 예의에 대한 부분을 포함해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만 태권도의 무도적인 측면은 회복될 수 있다.

어규남 = 태권도 도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15년 후의 태권도 도장 운영을 예측한다면 소규모 도장들은 사라지고 대규모의 도장들만이 존재하는 대형화 추세로 변모할 것 같다. 결국 태권도 도장에서는 품새와 태권체조, 시범 등을 세분화해 가르치는 전문적인 시스템을 갖춰나갈 것이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태권도의 스포츠적인 측면과 무도적인 측면이 구분돼서 발전할 수밖에 없다.

박성언 제2대 한국대학생연합회 회장

이와는 별도로 단에 대한 가치를 높여야만 태권도는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시스템은 태권도 단증 취득이 쉬워 내실을 기하기 어렵다. 보급차원이 아닌 단의 가치가 향상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윤준영 = 태권도 단의 가치를 향상시키자는 과제와 태권도의 무도적인 측면이 소홀하다는 문제 제기는 모두 수련계층이 어린이에 국한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태권도 도장을 놀이방에 다니듯 하면서 실력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품단 취득은 이뤄지고 있고, 수련계층이 어리다 보니까 가르치기 어려운 태권도 정신이나 예의보다는 어린이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놀이위주의 교육이 이뤄지다보니까 무도적인 측면은 자연히 배척되고 있는 것이다. 수련생의 연령층이 올라가면 저절로 고쳐질 수 있는 부분이다.

외국의 경우에는 겨루기로 대변되는 스포츠적인 측면이 강한 태권도보다는 무도적인 측면이 강조되는 태권도가 더 인기가 많다고 들었다. 홍민우 = 적극 동감한다. 수련계층이 어린이에만 집중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태권도 도장 교육프로그램 자체도 흥미와 놀이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태권도의 수련계층을 다양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 사회에 실버산업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데 태권도 역시 노인 인구를 도장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관절에 무리가 안가는 범위 내에서 노인들이 수련할 수 있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도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런 프로그램에서는 태권도 동작을 고난도 발차기보다는 기체조처럼 노인들이 자연스럽게 따라하고 수련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방안도 모색돼야 한다.

어규남 경희대학교 태권도학과 학회장

태권도학과생들의 졸업 후 진로 문제는?

사범, 관장 외에 취업에 대한 시각 넓혀야 현실적
태권도 관련 기구에 취업 원하지만 방법조차 몰라
취업, 진로개척 위해 자기개발에 좀 더 노력해야

박성언 = 태권도학과생들과 일반 학과생들의 취업문제를 놓고 비교할 때 태권도학과생들은 태권도라는 전문적인 기술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장점이 된다. 그러나 국내에서 태권도 도장에 취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해외에 사범으로 진출하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학교와 태권도 관련 기구는 태권도학과생들의 진로에 대해 좀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태권도학과생들도 물론 취업에 대비해 자기개발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건학 = 현재 태권도학과생들이 가장 많이 취업하는 분야는 사범이다. 하지만 국내에만 한정돼 취업이 되고 있어 해외로 취업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저개발국가든 선진국이든 구분하지 말고 해외로 눈을 돌려 취업을 모색해야 한다. 또 국기원이나 세계연맹은 태권도학과생들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이를 홍보해야 할 것이다.

윤준영 = 태권도학과생들 모두가 취업에 대한 시각을 넓혀야한다. 태권도 하나에만 매달려서 취업을 생각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외국어와 행정적인 사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식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금의 어려운 취업난도 극복할 수 있고 전문적인 행정능력이 요구되는 태권도 관련 기구에서도 근무할 수 있을 것이다.

홍민우 계명대학교 태권도학과 학회장

홍민우 = 태권도학과생들 중 협회, 연맹 등 태권도 관련 기구에서 근무하고 싶어 하는 학우들은 많이 있지만 어떤 방법을 통해 취업이 가능한지도 잘 모르고 있다. 태권도학과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턴제 도입 등 여러 가지 방안을 태권도 관련 기구에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어규남 = 태권도학과생들은 태권도 관련 기구에서 진행하는 업무와 환경에 대한 지식이 미흡하다보니 취업에 어려움이 따른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태권도 관련 기구에 태권도학과생들이 취업하기 위해서는 교과과정에 과목을 개설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태권도계에 바란다.

선수들이 주인공으로 인식되는 경기장 문화 필요
품새동작 통일화 위해 철저한 사범교육 진행해야
태권도학과생들, 태권도 이론공부가 더 필요하다

윤준영 = 경기장 문화를 언급하고 싶다. 경기장의 주인공은 누가 뭐라 해도 선수들이다. 이점을 직시해 선수들을 위한 경기장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또 경기장의 운영시스템을 선수들의 연령에 적합한 분위기로 전환하고 선수들이 태권도 경기장의 주인공으로 인식될 수 있는 경기장 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건학 = 경찰공무원을 선발할 때 태권도 단증과 같은 무도단증을 취득한 사람들에게 지금보다 더 많이 가산점이 부여됐으면 좋겠다. 경찰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태권도를 수련한 사람이 업무수행능력이 더 좋을 수 있고, 가산점 부여 범위를 확대하면 태권도 수련인구도 증가할 것이다.

홍민우 = 국기원이 제정한 품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 도장만(지도자의 스타일에 따라)의 품새를 교육시키는 도장들이 있다. 이런 점들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국기원에서 사범 연수를 통해 품새 동작들을 철저히 교육시켜야 한다.

또 외국과 비교해 태권도 종주국인 우리나라에서는 태권도에 대한 인식이 너무 낮은 문제점 있다. 태권도 다큐멘터리를 제작, 매스컴을 통해 홍보하는 방안을 마련해 태권도 이미지를 제고해야 할 것이다.

윤준영 한국체대 태권도학과 학회장

어규남 = 태권도학과생들은 지금보다 태권도에 대한 공부가 더 많이 필요하다. 태권도 학문화에 기틀이 되는 역사, 철학 등은 아직도 학문으로 정립되지 못했고 이와 관련된 서적 역시 부족한 상태다. 태권도학과생들 모두 교과과정에 따른 학업 외에도 태권도와 관련된 지식습득에 노력을 경주해 태권도가 학문적으로 발전하는데 일조해야 한다.

박성언 = 대중들은 매스컴에 자주 출연하는 연예인들을 좋아한다. 태권도 역시 연예인과 같은 스타를 발굴해 홍보해야 한다. 아테네 올림픽을 통해 스타로 급부상한 문대성 선수와 같이 태권도 스타를 통한 태권도의 홍보는 태권도 자체 이미지 홍보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태권도 관련 기구에서는 태권도학과생들을 위한 장학금제도를 마련해줬으면 좋겠다.

김홍철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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