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이 교육부문 만큼은 주도권을 갖고 종주국의 위상을 지켜가야 한다.”

프랑스 1세대 한인사범인 이관영 사범이 오랜만에 고국을 찾으며 국기원의 발전방향을 지적했다.

이관영 사범.

이 사범은 지난 1969년 정부파견 사범으로 해외에서 태권도를 보급하기 시작, 프랑스에 최초로 정착한 한인 사범으로 그곳에서 인터폴 활동을 비롯해 영화배우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해외지도자다. 현재도 도장에서 직접 도복을 입고 태권도를 지도하고 있다.

직접 유럽 수련생들을 지도하면서 그는 그곳의 태권도가 경기적 측면에서 많은 발전을 해왔고 품새대회도 종주국보다 먼저 열어 무도적인 부문도 많은 관심을 가지며 발전해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올해 종주국에서 세계품새대회를 연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 사범은 한 가지 걱정스런 마음을 갖게 됐다.

세계품새대회를 앞두고 있긴 하지만 유럽의 경우는 제대로 기준이 선 품새 규정이 없고 그만한 기술을 교육할 사람도 별로 없어 많은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기술을 전수받을 기관에 대해서도 세계연맹인지, 국기원인지 두 기구의 기능을 혼동하는 유럽 태권도인이 많은 실정이다.

이 사범은 품새대회도 경기이기 때문에 경기단체인 세계태권도연맹이 주관하는 것은 타탕하지만 품새에 적용되는 규칙과 그에 대한 교육은 국기원의 몫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세계연맹의 교육분과위원회가 있긴 하지만 경기단체인 만큼 국기원과 협약 하에 세계연맹은 국제경기를 주관하고 교육은 국기원에 맡기고 국기원의 교육방향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해외에서 태권도 보급을 하면서 정신적이 지주가 됐던 국기원의 주기능과 목적은 태권도 교육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연구와 발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기원은 종주국에 위치한 세계중앙도장으로서 해외에 나가있는 사범들에게 단을 나눠 정기적으로 보수교육을 하고 연구활동을 강화해 나가 179개국의 기술을 컨트롤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해외에서는 점점 한인사범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최근 해외 선수들의 경기력이 상승해 종주국의 선수들과 실력이 대등해져 자체적으로 우수한 태권도 선수와 지도자가 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품새만큼은 아직도 한국지도자들의 한수 위라고.

해외 사범들은 국기원을 통해 고국의 향수를 느끼고 동료 사범들끼리 정보를 교환하는 등 국기원이 지니는 가치를 크게 생각하고 있어 태권도 세계화나 연구의 중심에 국기원이 서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해외에서는 품새 기술면에서 아직 한국의 지도자가 우위에 있다고 한다. 품새 교육은 국기원에서 제시하는 기본원칙과 교육방침에 따라야 하며 이러한 기회를 통해 종주국의 태권도 위상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범은 이러한 목적으로 이번에 고국을 찾게 됐다.

현재 프랑스태권도협회 고문으로 올 9월에 열리는 세계품새선수권대회를 앞두고 프랑스의 고단자들과 품새 대표선수들에게 종주국의 품새를 교육하고자 국기원을 방문했다. 국기원에서 품새를 담당하는 이종관 연구부장을 오는 5월말 프랑스에 초청해 약 일주일간 연수를 진행할 계획이다.

그는 고국을 방문하며 다시 한번 국기원의 역할이 중요함을 느꼈다며 국기원은 태권도의 본산으로서 모든 태권도인들의 정신적인 고향인 만큼 태권도의 정신과 기술을 교육하고 연구하는 기관으로서 영구히 남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기원은 과거 “나를 따르라”는 식이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변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해외의 많은 태권도인들에게 태권도의 정신을 알리기 위해 정신철학과 인격도야부문 등을 다루는 연수프로그램을 마련해 교육의 품격을 높이고 영어강사를 초빙해 해외의 사범들이 언어적 장벽을 느끼지 않고 국기원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은경 기자  keki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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