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硏究所)’는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이다. 태권도 연구를 전문적으로 하는 기관은 사설 연구소를 제외하면 국기원연구소 하나뿐이다.

그러나 ‘세계태권도본부’라는 국기원연구소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다. 설립 취지에 맞는 기능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쓴소리도 들린다.

국기원연구소가 생긴 지 1년 6개월이 지났다. 지금까지 연구소가 한 사업을 보면 지난해 11월 ‘태권도 역사·정신 연구 세미나’와 지난 4일 ‘태권도장 경영활성화 모델 학술세미나’가 전부이다.

‘역사 정신 연구 세미나’사업은 태권도진흥재단에서 위탁한 사업으로 예산 4천 5백만 원이 들었고, ‘태권도장 세미나’ 사업은 국기원이 주최한 사업으로 5천만 원이 들었다. 두 번의 세미나를 국기원연구소가 주관했지만, 준비 과정과 진행, 내용 등 여러 면에서 비판을 받았다.

연구소가 설립될 당시 국기원 측은 태권도 역사, 도장경영관리, 품새(신품새, 태권체조), 태권도 사상, 태권도 지도법, 태권도 기본동작, 지도자연수과정, 현대사회와 태권도, 수련교육과정, 겨루기, 공익사업, 태권도 제반 사업 등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이 순탄하게 진행될 지 의문이다. 비상근 연구소장과 전임연구원만으로 이 많은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국기원연구소의 가장 큰 문제는 태권도를 전문적으로 연구할만한 여건, 즉 인력과 시스템을 갖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구소 운영규정을 살펴보면 전임연구원, 연구원을 둘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지난해 5월 전임연구원이 해고된 이후 그 자리는 임시직 연구원이 대신하고 있다. 연구원 채용 공고는 6월에 올려졌지만 아직까지 채용이 되지 않은 상태이며 연구소 측은 8월 말이 되어야 결정될 것 같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설사 전임연구원이 채용된다고 해도 지금처럼 연구소 내부에서 실질적인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다른 업체에 위탁 용역을 주는 선에서 연구소의 사업을 진행한다면, 연구소를 없애는 것이 나을 것이다.

1년 6개월 밖에 안 된 국기원연구소를 한국개발연구원과 같은 연구소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연구원 충원이 어렵다는 이유로 내부적으로 연구를 하기보다는 외주를 주는 식으로 연구소의 기능을 유지한다면, 그것은 ‘연구소’가 아니라 ‘용역위탁소’일 것이다.

연구소는 연구 용역을 주기보다는 자체 내에서 연구를 해야 한다.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연구원이 필요하므로, 연구원을 충원하고 연구자문위원을 선임해 활성화해야 한다.

비상근인 연구소장은 간혹 연구소를 오고가고 1명의 전임연구원이 단순한 사무를 보거나 위탁 용역업체를 선정하는 일 등 기초적인 일만 한다면 연구소를 폐지하는 게 옳다. 그것이 너무하다면 연수원 혹은 기획조정실 산하에 연구소 기능을 담당하는 직원을 두는 것이 예산 낭비를 막고 국기원의 조직체계를 바로잡는 길일 것이다.

김령선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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