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한태권도협회의 경기규칙강습회는 지난해에 비해 많은 부분을 개선하려는 집행부의 사전준비와 강한 의지로 대체로 좋아졌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일부 강의내용과 강습회 장소, 참가자들의 수강태도 등에는 여전히 문제가 적지 않았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지난 7일 강습회에 참석한 경기지도자들의 출석을 체크하고 있다.

출결 체크, 좌석 통제 무난

지난 7일과 8일 양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개최된 KTA 경기규칙강습회는 전국 약 700명의 경기지도자 및 심판들이 참석했다.

강습회 첫날 전국적으로 내린 갑작스런 폭설로 인해 거리가 먼 지역의 참가자들이 교통 혼란으로 인해 지각을 하거나 상경하지 못해 결석하는 해프닝도 발생했지만 강습회는 비교적 정돈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KTA 관계자들은 강습회장 안팎에서 참가자들을 통제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강습회장 안에서는 참가자들을 조별로 나눠 출결체크를 하며 좌석을 배정했고, 밖에서는 출입문 곳곳을 지키며 뒤늦게 도착한 참가자들의 좌석을 찾아줬다. 또 담배를 피우거나 전화를 받기 위해 좌석을 이탈하는 참가자들을 통제하기 위해 KTA 관계자들은 강습회 기간동안 바쁘게 움직였다.

당초 기대했던 지정좌석제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참가자들을 조별로 구분해 출석을 체크하는 방법은 참가자들의 무단이탈을 방지하고 강습회장을 정돈돼 보이도록 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지난해 강습회가 좌석통제나 출석체크가 잘 이뤄지지 않아 분위기가 산만했고 이를 틈타 대리출석을 하거나 중도에 자리를 뜨는 참가자들이 많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또 강습회 도중 밖에 나가 담배를 피우거나 삼삼오오 모여 잡담하던 참가자들의 모습은 많이 사라졌다.

다만 강습회의 실내 분위기는 작년과 비교해 여전히 산만한 모습을 보여 개선해야 할 문제로 지적됐다. 참가자들이 좌석을 이탈하는 행동은 없었지만 강습회 교육내용에는 관심이 없는 모습이었다.

또 강습회가 열린 역도경기장의 공간이 크고 강사들의 목소리가 울리는 현상 때문에 참가자들은 강사들의 강의에 집중하지 못했다. 일부 강사의 강의 내용은 지난해보다 개선된 점이 없어 참가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기에는 미흡했다. 참가자들이 신문을 보거나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등 산만한 모습이 여기저기서 포착됐다.

KTA는 심판강습회가 열린 8일부터는 참가자들에게 신문을 보지 못하도록 하고 바른 청강자세를 요구했다.

변화된 강습회 내용과 일정

지난해 강습회는 내용면에서나 강사들의 진행방식, 시간배정 등 다양한 측면에서 문제점이 지적됐기 때문에 올해는 지적됐던 문제점들을 개선하려는 주최측의 노력이 많이 눈에 띄었다.

양진방 KTA 기획이사는 올해 강습회에는 외부 강사를 초청해 선수폭력 문제나 약물복용과 관련한 문제 등 지도자들에게 보다 현실적인 내용들을 다룰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었다. 또 강의시간도 체계적으로 계획해 참가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경기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한 첫날 교육에서는 윤성원 체육과학연구원 전문체력실장이‘태권도선수의 전문체력 트레이닝 방법’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으며 허진강 KTA 의무분과위원장은 ‘선수 및 지도자를 위한 스포츠 의학’이란 주제로 응급처치와 도핑에 대한 정보를 강의했다.

다음날 심판들을 위한 강습회에서는 임번장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갖심판의 윤리와 의무’에 대해 강연해 심판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번 강습회에서는 올해 선임된 기술심의회 임원들을 소개하고 인사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으며 경기분과위원장과 심판분과위원장이 각각 나와 올해부터 달라지는 경기규칙을 설명했다. 경기규칙을 설명하는 임원들의 진행방식도 많이 달라졌다. 지난해 강습회에서는 임원들이 경기규칙 설명서를 그대로 읽고 강의를 끝내는 데 그쳤다면 올해는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특이사항이나 경험을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반면 이번 강습회의 일부 내용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도자들의 반응도 있었다. 한 참가자는 “강습을 받으러 갔지 연수를 받으러 간 것은 아니다”라며 “일부 외부 강사들의 강의 내용이 지나치게 전문적이고 불필요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변경되는 경기규칙에 대해 지도자와 심판들이 한자리에 모인 기회를 통해 서로의 현장 경험을 공유하고 토의하는 자리가 필요하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변함 없는 수강 자세

강습회의 분위기와 교육내용은 개선됐지만 참가한 지도자들의 태도는 지난해와 비교해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태권도인들의 견해다.

서울의 한 지도자는 “강습회가 지난해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교육에 임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은 여전히 불량했다”고 꼬집었다. 대부분 신문을 보고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선후배들과 잡담을 나누기 위해 좌석을 옮기는 모습은 꼴불견이었다는 지적이다.

대한태권도협회의 한 임원 역시 “지도자들의 수강태도를 보면 과연 일선에서 선수들이나 학생들을 지도하는 사람들이 맞는지 의심스럽다”며 “좀더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개선해야 할 문제점

강습회는 변경되는 경기규칙을 지도자들과 심판들에게 정확하게 숙지시키고, 해마다 새롭게 구성되는 대한태권도협회 기술심의회 임원들을 소개하는 취지로 실시돼 왔다. 강습회는 자율적이라기보다 강제적인 성격이긴 하지만 강습회를 진행하는 KTA와 강습회에 참가하는 감독, 코치, 심판들 모두에게 진지한 마음자세가 필요하다.

각 시도협회 임원들은 강습회 수료증 사본을 첨부해야만 임원으로 등록이 가능하다. 또 KTA가 승인한 태권도 대회에 감독, 코치, 심판으로 참가하기 위해서는 총 5시간의 강습회 교육시간을 이수하고 수료증을 받아야만 한다. 하지만 KTA의 준비 미흡과 참가자들의 인식 부족으로 인해 강습회는 형식에 얽매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KTA로서는 참가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방법이 미흡하고 참가자들 역시 강습회가 열리는 하루 동안만 대충 때우고 수료증만 받으면 된다는 사고를 갖고 있다.

참가자들은 강습회가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자리가 되기 위해서는 시청각 자료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 참가자들의 관심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참가자들 역시 진행요원들의 지시사항을 잘 따르고 성숙된 수강자세를 보여야만 본연의 강습회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은경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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