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당시 너나 할 것 없이 국가자체의 혼란 그리고 모든 사람들의 삶이 말이 아닐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도 남자의 세계서 오직 지켜야 할 것은 의리라는 이 하나의 일념으로 흔들렸던 나의 마음을 다잡아 정진하게 된다. 그 당시 원효로3가에 있던 일지체육관은 국내에선 가장 큰 체육관이었다고 기억된다.

일명 월남교관단 체육관이라고도 했다. 김선배가 큰 기대와 포부를 가지고 개관한 것으로 이 체육관을 거쳐 간 많은 외국인들이 있으며 해외로 나가기위한 사범님들 여러분도 이 체육관을 거쳐 갔다.

관의 개념을 떠나 태권도인으로서 같이 운동하고, 운동 후 굶주린 배를 막걸리 한 사발과 돼지 껍데기, 닭내장, 두부 한 조각으로 달래고 우정을 쌓던 마음의 안식처였다고 할 수 있겠다.

지난 1970년대 중반 선배 동료 사범들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되는데 곽재영 호주협회장, 이의빈, 강창진, 이운세, 송복근, 오명근, 이천우, 최종림 등 그 외에도 많은 사범들과 친분을 쌓게 된다.

그리고 각자 형편이 어려울적에는 교통비나 다음날 끼니를 걱정하고 챙겨주며 사랑과 의리를 바탕으로 지내왔던 시절 태권도라는 틀 안에서 서로 공유했던 일지체육관에서의 그 소중한 추억은 인격형성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아직은 멋있는 사범으로 인정받기를 기대해보며 의리로 버티던 그 무렵 월남교관단장을 역임했던 김봉식 국방부 무관과장의 부름을 받게 된다.

그러던 1976년 김단장님은 프랑스 무관으로 발령 받게 되며 나에게 각별한 관심을 보여주셨다. 비자문제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을 때 프랑스 비자를 받는데 도움을 주었으며 프랑스에서 힘들 때 나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 삶의 지혜와 도움을 주시곤 했다. 김단장님 덕에 나는  프랑스로 가게 된다.

오랜 세월이 흘러갔지만 지금도 고마움을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그 당시 무관께서는 어떻게 하든 프랑스에 머물게 하고 싶으셨던지 프랑스 파리에서 살아갈 방법을 설명해 주시며 관광객이 많은 나라이니 집을 하나 얻어서 민박을 하며 가이드를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권하시며 공항 픽업에 사용할 수 있는 중고차 한 대를 사주시겠다고 하시며 그리스는 후진국이고 농업 국가이니 아무래도 큰 나라가 낫지 않겠냐며 열심히 노력하면 생활이 조금 나아질 테니까 가지 말라고 잡으셨다.

또 나 자신도 어떻게든 자리를 잡고 버텨보고 싶었지만 불가능한 일이었다. 매일 땅굴 속으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의 마음은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헤아리지 못할 거다.

밤늦은 시간 파리 시내에서 좀 떨어진 외곽도시 북아프리카의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컴컴한 지하계단을 내려가면 두려움과 외로움이 왜 이리 가슴에 사무치는지 모른다. 이 처량한 마음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모르리라.

해외에 사범으로 나가면 호의호식하는 줄로만 아는데 천부당만부당한 말씀 미래가 보이지 않는 어두운 미로를 헤쳐 가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것을 그 누가 알겠는가.

그래도 해외 태권도 사범으로 초청되어 나갈때는 선택된 사범으로 어깨에 힘도 주었지만 실상은 허상이었음을 알았을때의 허탈함이란...

안헌기 사범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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