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태권도협회(KTA) 황춘성 부회장 겸 기술전문위원회 의장, 임춘길 전무이사, 양진방 기획이사 등 대한태권도협회를 이끌었던 핵심 3인방이 최근 불거진 승부조작 의혹의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했다.

이들이 사표를 제출했는데도 불구하고 승부조작 의혹을 둘러싼 파문이 수그러들기는커녕 갈수록 더 확산될 전망이다.

이미 사퇴한 임춘길 전무이사 측은 승부조작과 관련해 돈은 물론 어떠한 뒷거래도 없었다는  결백을 주장하고 있고, 이번 사태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하봉갑 이사 측은 이미 임 전무가 승부조작의 대가로 돈 거래가 있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며, 양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결국 승부조작 의혹과 관련한 진의 여부는 결국 사법부가 심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KTA는 이에 앞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윤리위원회를 구성해 진상조사를 벌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윤리위원회 진상조사를 통해 나타난 결과를 놓고 문제의 심각성에 따라 검찰에 수사를 의뢰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태권도계 여론은 KTA의 윤리위원회 구성방침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윤리위원회 진상조사는 법적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힘들다는 게 반대 이유다.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데 핵심 관련자들이 소환에 불응하는 등 비협조적일 경우 오히려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는 여론이 높다.

최근 한나라당이 대선후보들을 검증하기 위해 대검찰청 중수부장 출신인 안강민씨를 검증위원장으로 하는 검증위원회를 구성했지만 후보들 진영에서 자료제출 및 소환불응으로 인해 검증을 하는데 한계를 드러낸 것은 좋은 사례다.   

게다가 어느 한 쪽에서 윤리위원회 구성에 대한 형평성을 제기할 경우 진상조사는 출발도 못하고 삐걱거릴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이미 임 전무가 돈을 받았다는 증거를 확보했다면 굳이 수사권도 없는 윤리위원회를 구성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 납득할 수 없다. 태권도인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관심이 크다.

따라서 태권도인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을 해소해주는 차원에서 지겨운 자기들만의 리그를 끝내고 부회장, 전무이사, 기획이사가 사표를 내야할 정도의 심각한 상황이라면 모든 태권도인들에게 사건의 전말을 공개해야 한다.

윤리위원회를 통해 문제가 드러난다고 해도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가벼울 경우 은근슬쩍 덮으려 하거나 타협하려 한다면 태권도의 고질적 병폐인 승부조작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재발방지를 위한 시스템도 없다. 이번 사태의 관련자들이 모두 구속되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끝까지 파헤치고 국민들에게 깨끗하게 정화된 태권도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앞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심판들에 대한 가벼운 징계도 내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지금보다 더 많은, 더 큰 승부조작이 횡행하게 될 것이다.

태권도인들이 윤리위원회 구성을 통한 진상조사가 아닌 검찰수사 의뢰가 우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또 윤리위원회 진상조사가 태권도인들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놓지 못할 쏟아질 비난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김창완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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