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광 사범이 쓴 수기는 지난 8회로 막을 내린다. 그러나 정 사범의 경우 그 사정이 특이하여 이번 한 회는 편집자의 언급을 덧붙이고자 한다.

정 사범의 수기를 보면 태권도 발전을 위한 아주 효과적이고 확실한 방법이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라는 주장이 핏빛처럼 강하게 스며있다. 영화제작을 위해서 그는 가정도 버렸고 명예도 버렸고 행복도 버렸고 젊음도 버렸다.

그의 주장이 지니는 타당성과 현실성이 어떠한지는 접어두고라도 정 사범의 일매진 태권도 사랑은 우리를 숙연하게 한다. 그리고 과거 이른바 이소룡 영화 시리즈의 파급효과를 생각한다면 충분히 설득력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관계기관의 고위관계자들과 의견을 나눠볼 때 영화 제작이라고 하는 것은 우선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되어야 하는 것이며 좋은 스토리, 우수한 감독, 이소룡같은 빼어난 스타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맞아 떨어질 때만 성공이 보장되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개인이 사명감을 가지고 시도하는 것은 모르지만 공공기관에서 이를 추진하기에는 많은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찌됐든 정 사범의 태권도 사랑과 그가 현재 처해있는 안타까운 현실 때문에 수기를 마치면서 우리는 가슴을 울리는 통증을 제어하기 어렵다. 20대 초반에 미국에 건너가 40대 초반이 된 지금까지 20년 동안 숱한 고난과 어려움의 가시덤불을 헤치고 나오면서 그는 잘 살고 유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을 태권도 사랑 때문에 포기해야했다.

우선 돈을 벌지 못했고 사랑하는 가족과도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아울러 자식노릇도 못했다고 그는 매우 가슴 아파 한다. 가장 결정적으로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그가 현재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미국의 교도소에서.

정 사범은 수기에 잠깐 언급된 것처럼 과민반응을 보인 경찰관의 총격에 대항하여 응사한 죄로 현재 40년 형을 언도받고 네바다 주 리노 교도소에 수감된 채 절망에 빠져있다. 그는 자신의 중형을 받게 된 것에 대하여 무척 억울하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한미협정에 의하여 수감생활을 우리나라에 와서 할 수 있는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아 더욱 안타까워하고 있다.

지난 해 그는 우리나라에 와서 형기를 마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당국으로부터 거절을 당했다. 그렇지만 규정에 따라 한 번 더 기회가 있다 함으로 금년 말에 다시 신청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는 미 사법 당국이 정 사범의 안타까운 사정을 고려하여 그의 요청을 받아주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와 관련 국내의 태권도 관련 기관 단체들이 적극 협조해 주기를 희망한다. 나아가 정부의 유관기관도 애정을 가지고 아낌없는 지원을 해줄 것을 당부한다. ▷끝

김창완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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