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2008 베이징올림픽 세계예선대회 파견 국가대표선수선발대회가 벌어진 국기원에 낯익은 한 사람이 태권도를 관전하고 있었다. 그는 태권도인은 아니지만 태권도 경기가 벌어지는 곳이면 서울, 지방 할 것 없이 자주 모습을 드러낸다.

알고 보니 과거 펜싱선수 출신 이었고 지금은 모 대학 태권도 감독과 절친한 사이다. 펜싱선수 출신이지만 태권도인들과 폭넓은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태권도에 관한한 전문가 수준이다.  

그는 본지의 기사도 나름대로 꼼꼼히 읽는 것 같았다. 필자를 보면 최근 보도된 기사내용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것 또한 빼놓지 않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어느새 필자하고도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의 관계가 됐다. 태권도 경기장에서 그를 보는 게 이젠 전혀 어색하지도 않다.

이날도 그는 여지없이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필자는 반가워 그에게 다가가 인사를 하고 가벼운 농담을 건넸다. 그 또한 필자의 반갑게 맞아주었다.

이처럼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던 중 태권도에게 뼈아픈 일격을 날렸다. “저렇게 해서 올림픽에 나가면 무엇을 할 수 있나. 그러니까 매일 지고 오지. 토닥토닥 참 걱정이다. 정말 재미있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할 수 없나. 정말 안 돼는 것인가. 이제부터는 내가 재미있는 태권도 경기를 위해 연구해야 하겠다.(웃음)

순간 아찔했다. 당황한 필자가 겨우 핑계를 댄다는 게 그만 "여자 경기라서 그렇지 내일(6일) 남자 경기는 훨씬 재미있을 겁니다"라고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말해놓고 바로 후회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다 알고 있다. 다음날(남자) 경기도 재미가 없을 것임을 말이다. 게다가 심판판정 또한 매끄럽지 못했다는 여론이 팽배했다.

전혀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는 하지만, 항상 중요한 대회 때마다 형성되는 여론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세계예선대회에 파견할 선수를 결정해놓고 형식적인 선발전을 치렀다는 비판적인 여론이 비등했다.

심판판정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높았던 게 사실이지만 근거도 없고 물증도 없기에 이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재미없는 경기, 소극적인 경기, 돌려차기 등 단순한 공격으로 닭싸움 같다는 여론을 반전시킬 수 있는 대책은 마련돼 있냐는 것이다. 태권도계 밖에서 태권도 경기를 지켜봤을 때 모두가 펜싱선수 출신의 생각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현재 태권도 선수들을 지도하는 지도자들조차도 과거와 비교해 훨씬 태권도 경기가 재미없어졌다고 말하고 있다. 이게 작금의 태권도계 현실이다.

물론 KTA가 재미있는 태권도 경기를 국민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경기규칙을 개정하고, 그 개정된 규칙을 시험대에 올려 실제 경기를 개최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노력이 태권도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다.

2002년 가장 가까이에서 월드컵을 지켜봤고, 미국 메이저리그를 시청하고 있는 국민들의 눈은 갈수록 높아져만 가고 있다. 이들의 눈을 태권도로 돌리게 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으라면 분명 욕심이다. 하지만 텔레비전을 통해 태권도 경기를 시청하는 시청자와 가끔 경기장을 찾는 관중들에게 최소한 지루함을 주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대책이 시급하다.

김창완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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