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 연습을 통하여 마음을 가다듬고 15년 전, 미국에 처음 왔을 때 가졌던 초심(初心)으로 돌아가기 위하여 산으로 올라갔다. 산에서 내려올 때는 밤 10시가 넘었다. 집에 가도 아무도 없어서 시내를 운전하며 돌아다녔다. 그런데 경찰이 갑자기 내 차를 세웠다.

“무슨 일입니까?”
“헤드라이트를 켜지 않으셨습니다.”
리노는 카지노가 많아서 밤에도 대낮처럼 밝기 때문에 헤드라이트를 켜지 않았다.
“술 마셨습니까?”

경찰이 내 곁으로 다가와 술 냄새를 맡았다. 나는 경찰이 하라는 대로 모든 법규를 따랐지만 내가 총기를 소지했다는 이유 하나로 경찰이 내게 총격을 가했다. 총알이 등허리에서 앞가슴으로 관통했다.

“손 올려.”

경찰 지시에 따라 나는 두 손을 올리고 뒤돌아섰다. 뒤돌아섰는데 경찰이 손을 들고 뒤돌아서 있는 내게 일방적으로 총격을 가했다. 나는 이미 중상을 입었는데도 계속해서 나에게 총격을 가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경찰에게 대응했다. 경찰은 양팔이 관통되어 골절되었다.

밤 11시,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서 변명해줄 증인이 단 한명도 없었다. 이 사건 때문에 졸지에 자유를 박탈당하고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내가 태권도 영화를 포기하고 태권도 도장에 전념을 했더라면 지금쯤 재물을 모으지는 못했더라도 별 부족함 없이 부모님께 효도하며 가족들과 화목하게 살았을 것이다.

아내와 이혼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다른 태권도 사범님들 보다 태권도를 더 사랑해서 태권도 영화를 만들려고 내 젊음을 바친 것은 아니다. 태권도가 나로 하여금 태권도를 사랑하게 만든 것이다.

사실 나는 국기원 3단증밖에 없다. 그 대신 지도관에서 받은 6단증과 합기도 6단증을 소지하고 있다. 내가  국기원 단증을 취득하지 않은 이유는 이렇다. 전 김운용 총재께서 무도인의 절차를 밟지 않고 태권도 총재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무도인이 아닌 사람에게서 단증을 받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했었다. 하지만 제자들이 미국 전국 태권도 대회에 나갈 때는 국기원 단증이 있어야 코치 자격을 인정한다고 해서 국기원 3단증을 취득하게 된 것이다.

10년 전, 전 김운용 총재께서 태권도 세미나에 참가하기 위해 LA에 오셨다.

나는 김 총재와 태권도의 앞날과 태권도 영화에 대해서 의논하기 위해 큰 기대를 걸고 기쁜 마음으로 태권도 세미나에 참석했다. 세미나에 수백 명의 사범님들이 참석했다. 세미나가 끝나고 식사시간이 끝날 무렵,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시나리오가 들어있는 가방을 들고 김운용 총재께서 앉은 테이블로 갔다.

정중하게 인사를 드린 다음 자리에 앉아도 되겠느냐고 양해를 구했다. 나는 자리에 앉아서 태권도 영화를 꼭 제작해야 하는 현실에 대해서 조목조목 설명했다. 하지만 김운용 총재는 한마디로 도와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 사무총장에게 시나리오와 함께 내 주소, 전화번호를 적어서 줬지만 그 후에 연락이 오지 않았다.

태권도의 발전을 위해 수고한다는 한마디의 위로도 받지 못하고 심한 실망에 빠져 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왔다. 갑자기 선배 사범님들이 내 멱살을 잡고 인적이 뜸한 곳으로 끌고 갔다.

“야! 개자식아! 우리는 어려워서 총재 앞에 가지도 못하고, 개인적으로 인사도 못하는데! 너 같은 애송이가 겁도 없이 총재 테이블에 앉아?”  

사실 나는 그 사범님들과 태권도 경기장에서 몇 번 만난 것이 전부다. 그들에게서 무도인의 예의를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나는 내 멱살을 잡은 사범님들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적장에게도 예의를 갖추는 것이 도리입니다. 같은 사범의 입장으로서 내가 그 자리에 간이유도 알지 못하면서 어떻게 이러실 수가 있습니까.”

나는 울분을 토해내며 그 사범님들에게 태권도 영화 때문에 갔었다는 사연을 말하니 그 사범님들이 나에게 좋은 일을 하는데 경망한 행동을 해서 미안하다고 정중하게 사과를 했다.

▷다음호에 계속

정구광 사범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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