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끝난 후 승리한 선수와 패한 선수 모두 ‘열중쉬어’ 자세로 고개를 숙인다. 지도자 앞에서 모두들 초긴장 상태다. 지난달 26일 강원도 홍천에서 열린 제19회 경희대학교총장기 전국남녀고등학교태권도대회에서다. 경기를 마치고 코트에서 물러나온 대부분의 선수들은 이런 모습이다.

경기가 끝나고 청·홍 선수들이 하나둘씩 코트 위를 빠져나온다. 땀에 흠뻑 전 도복을 고쳐 입으며 그들의 발걸음은 의당 자신의 코치에게로 향한다. 이어 지도자들의 입에 담지 못할 폭언이 쏟아진다.

코치가 생각하기에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를 펼친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고개 숙인 ‘열중쉬어’ 자세다. 몇몇 지도자는 “야! 이 개××야. 씨××아”하며 경기가 끝난 선수에게 욕설한다. 경기장 안에서 지도자와 선수들 간의 이런 몰상식한 광경은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경기를 마치고 나온 한 학생은 “경기를 잘 못해서 그런 거예요. 열심히 해야죠” 라며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였다. 하지만 경기장 내의 이런 학생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표정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응원석의 한 학부모는 꾸지람을 듣고 있는 학생의 부모를 돌아보며 “×× 엄마. 잘 뛰었는데 맨날  혼나기만 하네” 하며 혀를 찼다.

물론 선수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아끼지 않는 지도자도 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수의 지도자들이 퍼붓는 폭언과 일방통행의 지시 속에서 고등학교 선수들의 개성과 독창성 있는 경기는 기대하기 힘들다. 코치의 말에 원격조종되어지는 딱딱한 로봇 같이만 보인다.

아직도 일부 지도자들은 경기가 끝난 선수들에게 언어폭력을 가하고 있다. 열중쉬어 자세에서 그같은 폭언을 들으며 선수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칭찬과 독려가 피어나는 경기문화가 아쉽다.

정대길 기자  dssim22@paran.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대길 기자
• dssim22@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