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새대회 경기장에서 선수들 이외에 가장 눈에 띄는 사람들은 채점을 하는 심판들이다.

겨루기 경기와 품새 경기 모두 선수와 지도자, 관중들의 눈은 항상 심판들을 주시하고 있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은 보는 이들의 관심의 대상이다.

지난 19일 제2회 세계품새선수권대회 파견 국가대표선발전이 열렸던 김제실내체육관. 품새 경기가 끝난 뒤 5명의 심판들이 고개를 돌려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이날 경기를 지켜보던 많은 관중들은 하나같이 “도대체 자기들끼리 무슨 말들을 하는 거야”라며 웅성거린다. 자신의 팀이 경기에서 패하자 “저것 봐 둘이 상의하고 점수 준다니까”라며 빈정거린다.

품새 경기의 특성상 5명의 심판들은 규정에 어긋난 부분에 대해 ‘정확성’ 부분에서 0.1점의 감점을 경기진행 중에 즉시 기입해야 한다. 입력시간 제한은 없지만 대개 경기 종료와 동시에 정확성 채점부분은 완료된다.

동작을 세밀하게 평가해야 하는 이 부분에서 심판들이 대화를 나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문제는 경기가 끝난 후 참가자들의 ‘표현성’ 점수를 기입할 때 나타난다. 이날 한 대회 관계자는 “심판들 간의 채점시간에 대한 특별한 시간제약이 없다. 경기가 끝난 뒤 표현성에 대한 점수기입에서 다섯 명의 심판들 사이의 대화는 충분한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김경찬 품새경기심판위원장은 “항상 경기에 앞서 심판들에게 채점 중에 서로 대화를 나누지 말 것을 교육하지만 근절되지 않는 것 같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현행 품새경기 규정에서 5명의 심판 사이 간격은 1m. 하지만 품새의 특성상 서로 다른 시각에서 평가를 할 경우 오판이 나올 수 있다는 게 심판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따라서 현행 심판들의 위치를 유지하고 대화를 나누지 못하도록 하는 것 이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KTA의 한 심판관계자는 “여러 각도에서 심판 위치에 변화를 줘 가상경기 채점을 실시했지만 현행 심판위치보다 마땅치 않다”며 특별한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선수와 지도자, 관중들에게 의혹을 사거나 논란의 소지가 있는 심판들의 대화는 근절되어야 하지 않을까? 김경찬 심판위원장의 책임감있는 조치를 기대해 본다.

정대길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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