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 아!”

서울농학교(종로구 신교동) 수련관 2층. 수련실 안으로 들어가자 기합소리보다 미트소리가 더 크게 울린다. 선수들의 뛰는 발소리가 수련실 안을 가득 메운다. 언어와 청각장애를 갖고 있지만 태권도를 배우는 열의는 일반 선수들 못지않은 서울농학교 태권도부.

태권도부는 종로구청의 특수학교 지원을 받아 2004년에 창설됐다. 창설 초기에는 30명의 선수들이 태권도를 배웠다. 하지만 현재 전교생이 그때보다 100명 정도 줄어들었기 때문에 태권도부의 인원도 줄어 현재는 20여 명이 배우고 있다.

수련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한 서울농학교 태권도부.

태권도부 중·고등부 선수들은 화, 목, 금요일 오후 4시부터 한 시간 반 동안 태권도를 수련한다. 수련실 안을 달리면서 준비운동을 하고 스트레칭으로 이어진다. 평소에는 발차기 위주로 수련을 하지만 행사가 있을 때는 품새와 시범도 준비한다.

지난달 막을 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원서연(고2), 이상규(고1), 이보경(고1)은 대한장애인협회 선수단으로 태권도시범에 참가했다. 시범에 참가했던 이보경은 “시범할 때 실수하지 않을까 불안했다. 하지만 잘 해서 기뻤다”고 얘기했다.

선수와 코치의 의사소통은 수화로 이루어진다. 그들 사이에서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도 있기 때문에 코치는 행동으로 직접 선수들을 지도한다. 평소에 수화로 대화를 나누기 때문에 선수들의 성대가 울리는 시간은 많지 않다. 하지만 태권도를 배우는 시간만큼은 선수들은 발성연습을 하 듯 기합을 크게 외친다. 

서기홍 감독은 “장애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일반 도장에서 태권도를 배우는 것이 힘들다. 선수로 키우기 보다는 태권도를 즐길 수 있는 게 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고려고(광주)에서 선수생활을 했다는 임대호(32)코치는 “일반고등학교에서 선수생활을 했기 때문에 힘들었다. 하지만 배운 것을 선수들에게 가르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조경진(19)·조경일(18) 자매는 함께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 나이는 다르지만 조경진이 학교를 늦게 들어가 두 자매는 같은 학년(고2)이다. 조경일은 “중2때부터 태권도를 배웠는데 재미있다. 기술을 배울 때마다 신기하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발차기가 강하고 정확한 선수가 눈에 들어왔다. 그 주인공은 이보경. 장애인태권도대회에 입상한 경력이 있을 만큼 실력파이다. 이보경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태권도를 시작했다. 경기에 지고 있을 때는 응원 소리를 듣고 싶다는 이보경은 “농아인도 태권도를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앞으로 더 정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각장애가 있기 때문에 태권도를 하는 것이 무리가 있을 거라고 생각되지만 이보경은 “가끔 의사소통이 안 되어서 답답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경기를 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일반대회에 나가기 힘든 실정이기 때문에 선수들이 태권도를 배운다고 해도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하지만 작년 4월 대한장애인태권도협회가 생기면서 개선되고 있다. 

코치와 선수들은 무릎을 꿇고 앉아 다치지 않고 수련을 끝냈음을 감사하는 의미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며 수련을 마쳤다. 

인터뷰를 할 때 서울농학교에 부임하면서 수화를 배웠다는 서 감독의 도움을 받았다. 이보경의 답변은 사전에 준비한 설문지를 통해 답을 얻었다. 

김령선 기자  dssim22@paran.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령선 기자
• dssim22@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