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태권도연맹의 사무처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우울하고 어수선한 듯하다.

지난 7일 배포된 세계태권도연맹 보도자료 ‘세계태권도연맹 국제심판 관리에 관한 조사위원회 조사결과 발표문’에는 “조사 경위 및 조사위원회 구성, 조사 결과, 향후 계획 및 개선 방안”이 담겨 있다.

그에 대한 사실적 내용은 태권도 매체를 통해 전문이 보도될 것으로 사료되지만, 조사위원회의 한 사람으로 참가했던 본인에게는 실로 너무도 충격적인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누가 그 누구에게 잘잘못을 가려, 즉 “연맹 상벌위원회를 구성하여 결정에 따라 엄중히 개인별 책임을 묻는다” 라는 향후 계획이 적절한 표현인지 판단을 흐리게 하기 때문이다. 이번 연맹 자제조사는 하나의 반면교사가 될 듯하다.

태권도 경기가 열릴 때마다 심판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 국제경기의 예를 들면 지난해 4월 독일 세계선수권대회가 효시일 듯하다. 무려 13건의 소청이 제기됐다는 사실은 무엇을 시사하는 것일까? 국내 대회도 결코 예외적일 수 없을 터이지만 그래도 이제는 관계 임원들의 의지와 노력으로 어느 정도 개선되고 있는 듯 하다는 평이다.

우리 자신은 물론 관중들도 무심코 한마디 내뱉는 “재미없는 태권도 경기!” 라는 표현은 적절한 표현일까. 이성적 인간이 서로가 반목하며 태권도 판정의 공정성에 누구보다도 투명하고 바르게 업무를 수행해야할 관계 직원들이 부정을 저지르고, 금욕과 인정에 ‘책임감과 양심’, 그리고 ‘최고 지성인의 자아상’마저 저버리고 오늘의 총체적 위기를 초래한 그들에게 ‘개인별 책임’을 묻는 것으로 이번 사건이 마무리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이제 사건 정리의 공은 사법권으로 넘겨지고 조정원 총재가 상찬한 말, 즉 “태권도는 한국이 세계인에게 준 선물”이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세계인의 눈과 귀, 그리고 의식에 상반되는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선물’을 반납하고자 하는 일련의 행위가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어쩌다가 ‘개혁’을 화두로 이를 실천하고자 하던 세계연맹, 더 나아가 태권도 종가의 일그러진 자화상에 우리 모두는 참회해야 할 것이다.

국제심판의 임무는 어떠해야 하는지, 코치 자격 등 각종 교육의 참의미가 실종된 모습에 태권도인의 한사람으로서 사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자체조사의 결과에 연맹의 모든 식구들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한 태권도 ‘개혁’은 요원할 것이다. ‘업무의 기본과 책임의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행정은 발전적이지 못하고, 이번과 같은 불미한 행위가 또 어느 부서에서 안이하게 행해지고 있을지 우려된다.

세계연맹은 물론 국내 태권도 관련 단체는 이참에 분발하는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야 할 것이다. 사회의 통념으로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랴” 등 온갖 루머가 무성한 태권도계의 먹구름을 제거해야 할 것이다. 조정원 세계연맹 총재의 결단이 없이는 발본색원(폐단의 근원을 아주 뽑아서 없애 버림)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조직의 책임자로 있는 모든 태권도 관련 단체의 수장들에게도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책임의 원리이다.

한번은 거쳐야할 통과의례라고 간주하기에는 너무나 부끄럽다. ‘조직적 부정행위’라는 강도높은 수식어의 사실 여부는 곧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것으로 믿는다. 일그러진 태권도의 명예는 모두가 겸허히 자성하며 뼈를 깎는 참모습을 보이는 혁신없이는 되찾을 수 없고 사회와 국민으로부터도 결코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태권도는 한국으로부터 유래했지만 결코 한국인의 의지로 추락한 태권도의 명예와 문화를 바로 세울 수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을 총체적으로 느껴야하는 이번 사태의 가르침에 진정 우리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

이경명 본지 자문위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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