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계가 수련인구 감소로 위기에 봉착했다.

저출산 풍조와 경기침체로 태권도 수련인구가 갈수록 줄어들면서 일선 도장이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 그 여파가 태권도계 전체에 미치고 있다.

90대 말, IMF 당시에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던 수련 인구가 2004년을 기점으로 더 이상 증가하지 않더니 지난해부터 하향세가 뚜렷해진 것.

대한태권도협회(KTA)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05년도 전국 심사인원은 전년도에 비해 약 15,000명 줄어들었다. 

신규 수련생(1품·단)의 심사인원은 2004년도에 -11%, 2005년도에 -6%를 기록, 태권도를 수련하는 절대인구가 급격한 하향 추세에 접어들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류호윤 KTA 기획부장은 “태권도의 수련 인구의 약 80%가 2년 이내에 수련을 중단하는 것을 감안할 때 2006년부터는 감소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수련인구가 줄어들어 일선 도장이 경영난에 직면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도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대한태권도협회 도장 등록 현황(미등록 제외)을 보면 지난 1999년 5,810개였던 도장이 2005년 5월 현재 8,021개로 늘어나 6년 동안 약 27%가 증가했다. 미등록 도장까지 합하면 10,000개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중 가장 뚜렷한 증가세를 보인 곳은 경기도. 99년 당시 700개에 불과했던 도장이 택지개발에 따른 신도시 영향으로 현재 1,500개가 넘어섰다.

이처럼 도장이 증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2년제를 포함해 30개가 넘는 대학의 태권도 전공 학생들이 30세를 전후로 도장을 개관하는데다 수년간 사범 생활을 했던 사람들도 경제적인 여건이 되면 큰 어려움이 없이 도장을 열기 때문이다.

90년대 후반부터 풀리기 시작한 거리제한도 도장이 늘어나는데 한 몫을 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누구든 자격만 갖추면 어느 곳에든 도장을 개관할 수 있게 된데다 아파트 투기처럼 목이 좋은 곳에 2-3개의 도장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생기면서 우후죽순처럼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태권도와 다른 무술간의 경쟁보다는 태권도를 업으로 삼는 사람 간의 경쟁이 치열해져 제살 깎아먹기 식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에서 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관장은 “수련생을 모집하기 위해 수련비를 5만원으로 내리고 선물까지 주는 도장이 있다”며 “이것은 태권도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도장 발전을 저해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도복과 선물 등을 주고, 수련비를 인하하면서 수련생을 모집한 것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문제는 이런 실태가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한 관장은 “도장 개관과 홍보를 둘러싸고 지역에서 싸움이 일어나는 것은 빈번한 일”이라고 개탄할 정도다.

도장경영전문가들은 “앞으로 도장은 시대 추세에 따라 대형화-현대화-전문화가 될 것”이라며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돼 도태되는 도장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사회 일각에서는 “저출산의 영향으로 산부인과, 유치원 등 많은 업체가 해마다 문을 닫고 있다”며 “앞으로 도장도 생존을 위한 변신을 하지 않는 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KTA 측은 태권도 수련 인구를 확대하려면 아동들이 2년 이상 장기 수련을 유도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청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fun & soft’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서성원 기자  keki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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