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를 양파를 까듯 벗겨내면 표리부동(表裏不同)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북경공항을 빠져나오면 대회를 알리는 포스터와 현수막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창평(昌平)체육관은 2008 베이징올림픽 때 사이클 경기가 열릴 벨로드롬인 만큼 넓다. 5,600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창평체육관은 사람들의 눈을 압도한다. 

창핑체육관 정문 검색대에서 철통같은 검색을 하고 있는 중국 공안과 자원봉사자들.

대회조직위는 이번 대회에 자원봉사자 800여 명, 군의 협조를 받은 치안 요원 2,000여 명을 동원했다. 개막식을 BTV에서 생중계하며 대회를 대대적으로 알렸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경기장의 크기와는 대조적으로 속은 알차지 않다.

입장료는 일반 80위안(약 9600원), 학생 40위안(약 4800원)이지만 암표가 횡행하고 있었다. 기자 중에는 “입장료는 120위안에 파는 사람도 봤다. 부르는 게 값”이라며 고무줄 입장료의 실태를 얘기했다.  

창평체육관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2개의 검색대에 10명 정도의 요원들이 있었다. 물은 반입금지이기 때문에 갖고 들어갈 수 없었다. 베이징올림픽을 대비해 올림픽 시스템으로 대회를 치른다고 하지만, 이곳 저곳에서 융통성이 없는 경비와 검색에 혀를 내둘렀다.

조정원 WTF 총재도 “원리 원칙에 따라 경비를 하다 보니 정작 초청을 받아 대회장에 온 IOC 위원들을 안내하고 예우하는 것이 미숙했다”며 불필요한 통제구역 설정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체육관이 너무 크다 보니 경기장 주변이 전체적으로 산만했다.

경기장 바닥면적 8,000㎡위에 5개의 코트. 관중은 5개의 코트 중 어느 곳에 시선을 둬야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경기장의 규모에 비해 경기장 내부에 있는 전광판은 코트 크기보다 작았다. 경기장과 관중석의 거리는 200m정도 떨어져있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함성이 들릴 지 의심스럽다.

개막식이 진행된 지난 17일 오후 8시(한국시간 9시)가 가까워지자 매표소는 개막식을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하지만 관중석을 가득 매웠던 개막식과는 대조적으로 대회 첫날 관중석은 빈자리가 많았다.

기자단이 경기장에 들어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아이디(ID)카드. 카드를 발급하는 미디어센터에 들어가기 위해서도 아이디카드가 필요하다. 미디어센터로 들어가는 입구를 지키는 요원은 카드가 없자 처음에는 출입을 제지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밀어붙이자 안으로 들여보내주며 보안의 허술함을 드러냈다.

세계태권도연맹(WTF)에 카드를 발급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를 미리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신속하게 발급되지 않았다. 카드를 발급해주는 대학생 자원봉사자들. 우왕좌왕하는 자원봉사자들 때문에 발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개막식(17일)을 미디어센터에서 보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카드에 넣을 사진이 없는 기자는 사진을 찍어야 한다. 다음 날(18일) 오전, 사진을 찍는 사람도 없었고, 사진이 있다하더라도 카드 수량이 부족하여 오후까지 기다려야 했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PH카드를 발급받았다고 해도 코트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PR카드 소지자는 PH가 들어갈 수 있는 구역은 들어가지 못했다.

이번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 베이징시는 60억 원을 투자했다고 한다. 하지만 60억 원이 외형만 키우고 홍보하는데 사용한 것 같아 씁쓸하다.

김령선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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