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5일간 중국 베이징 창평체육관에서 벌어진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태권도 종주국인 대한민국은 남자 금1, 은1, 동4, 여자 금3, 은3개를 획득했다. 태권도 종주국이 펼쳐 보인 성적이라고 하기엔 초라하다. 역대 최악의 성적이다.

여자는 나름대로 선전했지만 남자의 경우는 그럴듯한 이유를 붙여 둘러맞추려고 한다면 더 추해지기만 할 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국선수단은 여전히 심판판정에 그 책임을 돌리고 있다. 매번 국제대회가 끝난 이후 단 한 번도 심판판정을 탓하지 않은 적이 없다. 비단 현 집행부 뿐만 아니라 그 이전부터 관행처럼 심판판정의 핑계는 쭉 이어져오고 있다. 그래서 필자도 이제는 지긋지긋하다.

태권도 경기에서 심판판정의 문제점이 어디 어제오늘의 문제인가. 오죽했으면 전자호구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냈겠는가. 게다가 국제심판 대부분은 자질이 현저하게 떨어져 메이저대회 경기를 운영할 만큼의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게 태권도계의 여론이다. 그나마 많은 국제대회에서 활동했던 국제심판들은 실수를 위장해 편파판정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공격적인 선수들에게 후한 점수를 준다. 따라서 단순한 돌려차기와 받아차기 위주로 경기를 하는 한국선수들에게는 불리하다. 이러한 현실을 잘 알고 있는 대한태권도협회가 철저한 대비책은 강구하지 않은 채 심판판정을 탓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처사다.

모 고등학교 감독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가 끝난 뒤 “대한태권도협회가 국가대표선발 방식을 대폭 개정하지 않을 경우 이번과 같은 최악의 성적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짐승들도 싸우다가 도망을 가거나 꼬리를 내리면 패하는 법이다. 태권도도 속된말로 표현하면 싸움이다. 싸움을 하면서 계속 도망 다니듯 뒤로 물러서는 선수가 승리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한국태권도가 국제대회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대부분의 지도자들도 비슷한 기량이면 공격적인 선수에게 유리하도록 경기규칙을 대폭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소극적인 경기운영은 한국 태권도가 안고 있는 고질의 병이다. 대한태권도협회의 노력과 강한 의지가 없으면 절대 고칠 수 없다.

지도자들 또한 선수들이 소극적인 경기운영을 하는데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자신이 지도하고 있는 선수가 경기에서 1~2점 앞서고 있을 때 그 점수를 지키기 위해 받아차기 등 소극적인 전략·전술을 주문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경기에서 승리하는 게 목적이다. 그래서 승리하기 위해 소극적인 전략·전술을 펴는 지도자와 선수에게 비난만을 가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이러한 소극적인 전략·전술 때문에 종주국 태권도가 세계 태권도계에서 푸대접을 받고 있다면 반드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심판판정의 탓으로만 돌릴 것인가. 그 이전에 훈련방법은 물론 경기규칙 개정을 통해 일선지도자와 선수들의 사고방식을 일깨워주는 게 급선무다.

김창완 기자  dssim22@paran.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창완 기자
• dssim22@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