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베이징 올림픽이 중요하다!”

지난 22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18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여자는 10회)가 끝나자 많은 태권도인들은  이번 세계대회 성적에 연연하지 말고 내년 8월에 열리는 베이징올림픽을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태권도협회(KTA)는 제36회 전국소년체전이 끝난 후인 다음달 초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할 한국대표선수의 체급(남녀 각 2개 체급)을 결정하고, 7월 5일부터 이틀간 국기원에서 올림픽에 대비해 세계예선대회 파견 대표선수선발대회를 개최한다.

<본지>는 최근 2년간 열린 국제대회 중 제17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스페인 마드리드), 2006 월드컵태권도선수권대회(태국 방콕), 제17회 아시아태권도선수권대회(태국 방콕), 제18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중국, 베이징)에 출전한 한국선수들의 경기 결과와 해외 각국 선수들의 기량을 토대로 1년 여 앞으로 다가온 베이징올림픽에 한국이 어떤 체급으로 출전해야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살펴보았다.

● 여자

	▲ 한국 웰터급 황경선

많은 경기전문가들은 경량급에 해당되는 -47Kg급과 중량급에 해당되는 +67Kg급보다는 -57Kg급과 -67Kg급이 유리하다고 강조한다.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그동안 한국은 핀급과 플라이급에서 약세를 보여 왔고, 헤비급은 세계대회 3연패를 한 정명숙 이후 걸출한 선수를 키우지 못했다.

이번 베이징 세계대회에서 드러났듯이 한국은 핀급과 플라이급에서 모두 예선 탈락했다. +67Kg급에 해당되는 헤비급에서도 한진선이 중국의 간판 첸종을 만나 선전했지만 4-5로 석패했다. 첸종이 출전하는 +67Kg급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획득하기란 쉽지 않다. 첸종은 이번 대회에서 큰 키를 활용한 위협적인 얼굴 공격을 구사하며 자신의 기량을 입증해 보였다.

다만 -67Kg급의 경우, 이번 베이징 세계대회에서 미들급으로 출전한 중국의 루오 웨이의 강세가 예상되지만, 이번 대회에서 이인종이 루오 웨이를 4-1로 꺾은 것처럼 철저하게 준비한다면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하는 여자 체급은 2004 아테네 올림픽처럼 -57Kg급과 -67Kg급으로 결정하는 것이 한국 선수들이 금메달을 획득하는 데 한결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말리 헤비급 케이타

● 남자

남자부 체급 결정은 여자에 비해 쉽지 않다. -58Kg급, -68Kg급, -80Kg급, +80Kg급에 대한 명분과 논리가 엇걸리기 때문이다. 경기 지도자들의 입장도 미세하게 엇갈리고 있다.

논쟁의 핵심 중 하나는 +80Kg급. 일부 언론과 태권도인들은 “종주국 위상과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왕중왕’ 체급인 +80Kg급에 출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테네 올림픽에서 문대성이 이 체급에 출전해 멋진 뒤후려차기로 금메달을 획득해 종주국의 자존심을 살린 것처럼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이런 광경이 연출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과거 한국이 헤비급을 호령하던 시절처럼 김제경, 문대성과 같은 걸출한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이 체급에 남윤배, 김학환, 허준녕 등이 있지만 이들보다 신장과 체격, 체력이 좋은 말리, 이란, 스페인, 쿠바 , 그리스의 강적들이 즐비해 이들과 맞서 좋은 성적을 거두리란 쉽지 않다는 것.

오히려 남윤배, 김학환, 허준녕 등의 헤비급 선수들이 체중을 줄여 -80Kg급에 출전하는 것이 낫다는 여론도 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무리하게 체중을 줄일 경우, 체력에 문제가 발생해 기량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 특히 이 체급은 미국의 로페스와 유럽의 선수들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돼 -68Kg급으로 승부를 거는 것이 낫다는 주장도 있다. -68Kg급은 기량이 좋은 한국 선수들이 많아 금메달을 획득할 가능성이 다른 체급에 비해 높다는 것이다.

한 지도자는 “-80Kg급, +80Kg급과 같은 중량급보다 -58Kg급, -68Kg급과 같은 경량급으로 승부를 거는 것이 금메달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한국 선수층을 보더라도 경량급에 우수한 선수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지도자는 “남자의 경우, 4체급 중 2체급을 결정해야 하는데, 어느 체급 하나 우리 선수들이 확실하게 금메달을 딸 가능성이 높은 체급이 없다”며 “섣부르게 체급을 결정할 것이 아니라 외국 선수들의 기량을 면밀히 분석한 후 금메달 획득이 가능한 체급을 결정해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서성원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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