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제34회 전국대학개인선수권대회가 열린 전남 완도농어민문화체육센터에서 큰 싸움이 일어났다.

싸움의 당사자는 대한태권도협회 최정호 심판분과 부위원장(53)과 용인대 류병관 감독(46).

두 사람의 예기치 못한 싸움은 이날 라이트급 예선에서 용인대 선수가 패하면서 시작됐다. 이날 경기장에 있었던 한 코치는 “용인대 선수가 패하자 류 감독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심판석에 가서 최 부위원장에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말다툼이 확산돼 싸움으로 번졌다”며 “단순히 말싸움 정도로 그칠 수 있었는데, 서로 감정을 자극하는 막말들이 오고가면서 싸움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날 두 사람이 얼마나 심하게 싸웠던지 대회가 끝난 후 일부 사람들은 “근래에 보기 드문 험악한 싸움이었다”며 고래를 가로저었다. 두 사람이 싸우는 것을 옆에서 지켜본 한 코치는 “두 사람이 멱살을 잡고 밖으로 나가는 등 막말과 거친 욕이 수없이 오고 갔다”며 “대회를 주최한 대학연맹 관계자들과 심판위원장도 쉽사리 두 사람을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싸움이 진행되는 동안 한 고참 심판은 “용인대와 류 감독이 많이 컸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어쨌든 두 사람이 싸운 이야기는 최근 기자가 동석한 술자리에서도 화젯거리였다.  평소 두 사람과 친분이 두터웠던 기자는 두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그래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말이 잘 통하는 두 분들이 왜 심하게 다퉜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최 부위원장은 “요즘 내가 흥분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며 “대회가 끝난 후 서울에 와서 류 감독과 화해했다”고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서 아쉬움이 짙게 배어나왔다.

류 감독은 “(할 말은 많지만) 태권도신문에 글을 쓰겠다”며 자신의 심경을 글로 표출했다. △관련 글 11면

태권도계 주위에서는 두 사람의 ‘거친 싸움’에 대해 “적절하지 못한 행동이었다”며 두 사람 모두를 비판했다. 이번 일도 두 사람은 ‘이미지’에도 흠집이 생겼다.

류 감독에 대해선 “너무 자주 항의한다. 심하다. 거칠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최 부위원장에 대해선 “경기 진행 중에 심판들을 밖으로 불러내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비판한다. 그는 최근 국기원에서 열린 실업연맹기대회 때도 김세혁 삼성에스원 감독과 언쟁을 하다가 심판들을 경기장 밖으로 나오라고 지시를 내린 적이 있다.

지난 10일 박종명 심판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경기장에 엄연히 심판위원장이 있는데, 부위원장이 독단적으로 심판들을 불러낼 수 있느냐”고 묻자 그는 “나중에 최 부위원장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번 일이 두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서성원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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