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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한인 태권도 사범 수기 공모 Ⅱ] 파란만장 정구광 사범의 이민 18년 (1)"태권도를 배우고 싶습니다. 회비는 나중에 드리겠습니다"
  • 정구광 사범
  • 승인 2007.05.14 15:20
  • 호수 546
  • 댓글 0

내가 처음 태권도를 접하게 된 것은 중학교 1학년 때였다. 몸이 불편하셨던 아버지는 싸움을 전혀 하실 줄 모르셨다.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는 이미 환갑을 넘기셨다. 친구들의 할아버지와 거의 비슷한 연배였다.

어느 날 집 밖에서 요란한 소리를 들렸다. 나는 소리를 듣자마자 불길한 예감에 휩싸여 집 밖으로 달려 나갔다. 내 눈에 아버지가 술 취한 사내들에게 맞는 광경이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집으로 뛰어가 몽둥이를 들고 나왔다. 나보다 등치가 큰 사내들을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다.

“어른들 싸움에 끼어들지 말고 집으로 들어가…….”

아버지는 손사래를 치며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몽둥이를 손에 움켜쥔 채 집으로 들어갔다. 아버지를 기다리며 나는 태권도를 배워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태권도를 배워서 아버지를 지켜드리고 싶었다. 나중에 강한 아버지가 되겠다는 결심도 했다.

“아버지…….”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버지의 눈에 피멍이 들어있었다. 나는 아버지께 태권도를 배우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나를 껴안은 아버지의 어깨가 조금씩 들썩거렸다.

다음 날 나는 동네 태권도장을 찾아갔다. 우리 집은 너무 가난했기 때문에 태권도 도장을 다닐만한 능력이 안 됐다. 아버지는 몸이 불편하셨기 때문에 생계유지를 하기도 힘들었다.

“태권도를 배우고 싶습니다. 회비는 나중에 드리겠습니다.”

나는 거짓말을 해야 했다. 나는 1년 동안 도복도 없이 도장을 다녔다. 체육관 청소를 도맡아 하고 부모님 몰래 집에서 쌀과 보리쌀을 관장님께 갔다 드렸다. 관장님은 집안 사정을 아시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중학교 2학년 때 관장님이 도장을 닫은 채 사라졌다. 나는 태권도를 중단해야만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부모님께 허락을 받고 체육관에 입관하여 태권도를 다시 시작했다. 꿈에 그리던 도복을 입었을 때의 감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정식으로 무도인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하지만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집안형편이 극도로 악화되는 바람에 부모님께서 도장 다니는 것을 그만두라고 했지만 나는 절대로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버텼다.

“학교와 체육관 어디를 선택하겠니.”
“체육관에 다니겠습니다.”

이쯤 되자 부모님은 나에게 집에서 나가라고 해서 나는 짐을 싸들고 쫓겨나와 친구 집에서 며칠 동안 있으면서 학교와 체육관을 꾸준히 다녔다. 집에서 쫓겨나오기 전날 부모님께서 수업료를 주셨으나 북새통에 잊고 있다가 후에 생각나 그걸로 자취방을 구하고 또 체육관 회비 두 달분을 냈다.

친구들이 도와주어서 먹는 것은 걱정 없이 지냈다. 학교에서는 내가 수업료를 내지 않자 담임선생님이 부모님께 전화로 문의, 이미 주셨다는 사실을 아시고는 나를 학교 강당으로 데리고 가셨다.

“돈을 어디에 썼느냐.”
“잃어버렸습니다.”
“사실대로 말해.”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거짓말이든 사실이든 내 입에서 한 번 나가면 절대로 말을 번복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담임선생님은 모르고 계셨다.

“엎드려.”

퍽. 퍽. 담임선생님은 장작개비로 150대를 엉덩이와 허벅지, 종아리, 그리고 양 팔에 융단폭격처럼 퍼부으셨다. 나는 오늘날까지 내가 150대 맞은 것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

> 다음호에 계속

정구광 사범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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