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파장이 여전한 국기원이 내우까지 겹치며 집행부 진퇴 여부까지 거론되고 있다.

지난 25일, 국기원 노동조합이 성명서를 통해 문화체육관광부를 상대로 국기원 임원 및 집행부에 대한 직무감사 요구감사와 비리 연루 책임자에 대해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국기원.

공교롭게도 국기원은 노조의 성명서 발표 다음날 긴급 성명서를 통해 행정부원장직 재도입 추진, 각종 소송에 대한 합의 원칙, 그리고, 국내 특별심사 폐지와 해외 특별심사 보류 등의 쇄신방안을 내어놓았다.

그러나 국기원 내부적으로 곪아있는 갈등을 불씨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에 대한 배후설까지 제기되고 있어 내홍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국기원에 대한 강남경찰서 압수수색이 벌어진 것은 지난 4월 4일.

당시 강남경찰서 압수수색 팀은 지난 2014년 연수원 신입 직원 채용, 그리고 국기원이 태권도 시범단 해외순방 때 VIP 인사에게 줄 기념품으로 구입한 도자기 세트와 관련한 배임 및 횡령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후 경찰은 국기원 측에 오 원장의 해외 출장과 관련한 내역, 그리고 해외에서 열린 국기원컵 대회 지원 예산과 관련해서도 자료 제출 및 조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기원 측은 쉬쉬하고 있지만 압수수색 이후 수사의 방향이 어디로 튈지 촉각이 곤두선 가운데 국기원 노동조합이 돌연 성명서를 발표했다.

노동조합은 성명서를 통해 압수수색 사실과 함께 무분별한 예산집행과 일방적 사업 추진, 집행부 기득권 강화를 위한 기술심의회, 특별위원회, 자문회의 등에 활동비 명목으로 연간 수억 원의 보수 지급, 직원들에 대한 수차례 보복성 인사, 징계 남발, 사직 강요 등을 제기하며 문체부에 의한 직무감사와 비리 연루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이번 성명서를 두고도 뒷말이 적지 않다.

노조가 발표한 성명서는 국기원 내부의 심각한 갈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직원들에 대한 보복성 인사와 관련해 무주 태권도원으로 이전한 연수원으로 발령을 받은 직원들의 불만은 이미 팽배해 있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오 원장이 단 한 차례도 이들을 직접 찾아 격려하지 않아 무주에서 근무하는 연수원 직원들의 소외감을 더욱 키웠다.

더불어 오대영 사무총장 역시 직원 간 편 가르기를 아우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직원이 아닌 이사들에게 월정액 보수를 지급하는 것 역시 노조가 주장하는 것처럼 집행부의 기득권 강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A모 이사는 120만원, B모 이사는 150만원 식으로 이사들 상당수가 국기원 내 각종 직책을 맡아 월정액으로 보수를 지급받고 있어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있다는 비판은 국기원 안팎에서 심심치 않게 제기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노조의 성명서가 외부의 배후와 연결되어 있는 것 아니냐는 눈초리도 노조 내에서 똬리를 틀고 있어 그 순수성에 의심을 사고 있다.

노조의 성명서가 나온 다음 날인 26일 국기원은 ‘지구촌 태권도 가족들의 대통합’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긴급 성명이 노조 성명서에 대한 대응이라는 항간의 시선에 대해 선을 그었다.

국기원 측은 “이번 성명은 최근 여러 일들과 관련해 이미 준비하고 있던 내용이고, 초안도 이미 잡혀 있었다. 노조의 성명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공교롭게도 노조가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그런 오해를 사게 되었는데 그건 아니다”고 밝혔다.

국기원의 긴급 성명이 노조의 성명과 별도로 사전에 준비한 것이든, 그렇지 않든 문제는 최근 국기원 안팎 일련의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느냐이다.

국기원 재단법인 환원 주장이 심심치 않게 나오는 가운데 무주 태권도원으로 이전한 연수원 직원들의 소외감과 직원들 간 불신, 그리고 이를 아우르지 못하는 집행부와 직원들 간 줄 세우기, 압수수색뿐만 아니라 해외 사업과 관련해 제기되는 특혜 의혹까지 불신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여기에 3기 집행부 출범 전 벌어졌던 집행부 내부 갈등이 최근 국기원 사태의 모든 배후로 손꼽히고 있어 정상화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양택진 기자  winset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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