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과거 도시가스공사 건물이 있던 자리 건너편 골목에 위치한 흑룡도장.

다른 곳보다 역사가 깊다. 이병채 관장은 이곳에서 26년째 도장을 경영해오고 있다. 오랜 경험을 가진 이 관장은 현재 공인 8단이며, 양천구태권도협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이 도장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시스템은 수련생들에게 점수를 이용해 벌점과 포상을 주는 것이다. 매년 초에는 학부형들에게 포상제도에 관련한 가정통신문을 보낸다. 통신문에는 수련생들이 도장에 와서 해야 할 생활수칙들이 적혀있고 수칙을 어기거나 잘못이 있을 경우 벌점을 적용한다는 사항이 적혀있다.

예를 들면 수련시간 점수관리. 복장, 태도, 인사성 등이 모두 포함된다. 매월 성적 평가 때마다 월 개근, 당일 수련성적, 수강료 납기일 준수, 체육관 행사참여, 신입생 모집, 봉사활동 및 착한 일에 대해 각각 1~5점을 준다.

매월 한번씩 실시하는 포상에서는 품새상, 겨루기상, 모범상, 예절상, 구협회장상 등이 주어진다. 그 외에 3개월 개근상, 6개월 개근상이 있으며, 월별 수련성적을 토대로 주어지는 월성적수련상은 연말에 시상한다.

이 도장에서는 무엇보다 바른말 고운 말을 쓰도록 철저히 관리한다. 수련생들은 아무리 운동신경이 뛰어나도 욕하거나 싸우면 포상에서 탈락이 된다. 평소 “말이 고와야 생활도 바르게 된다”며 이 관장은 건전한 언어습관을 고집한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태권도의 바른 정신을 배우고 고운 말과 바른 행동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포상과 벌점제도는 수련생들에게 자발적인 바른생활을 유도하기 위해서 마련된 것이다.

이 관장은 “‘도장에서 상 받는 게 학교에서 상 타는 것 보다 어렵다’고 할 정도로 상의 희소성을 높여주고 아이들에게 상 받고자 하는 동기를 부여해 스스로 잘 하도록 지도하는 게 가장 효과적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각자의 능력에 따른 평가와 그에 따른 칭찬이 지도에 더욱 효과적이라고 한다. “상황에 적절한 칭찬을 하고, 되도록이면 칭찬을 많이 해주는 게 좋다”는 게 이 관장의 지도이론이다.

이곳에서는 절대적인 평가보다 상대적인 평가로 아이들에게 적절한 칭찬으로 자신감을 키워준다.

이 도장은 3가지 관훈에 따라 수련생을 지도한다.

관훈은 ‘인사를 잘하자, 최선을 다하자, 준비를 잘하자’ 이다. 이는 흑룡도장의 교육목표와 일치한다. 교육 목표는 ‘예의바른 수련생, 건강한 생활을 하는 수련생, 복장과 시간을 준수하는 성실한 수련생’이다.

이 관장은 “주변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사람이 되라”고 수련생들을 가르친다. 도장과 이웃한 상가 내의 모든 사람들에게 인사도 하고 예를 지켜 “태권도를 하면 예의가 바르고 인사성이 밝다”고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단다. 도장 안에서 몸에 배도록 익힌 습관을 밖에서 활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

이 관장은 “도장은 배우러 오는 아이들, 보내는 학부모가 만족하는 곳이어야 한다”며 “도장에서 뭔가 하나라도 배워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도장에 오는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이 도장에서는 시범단 활동과 각종 대회 출전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자발적으로 시범단이 되려는 수련생도 많다고 한다. 30명으로 인원을 제한해 수련생들이 시범단에 소속될 경우 큰 보람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방학 중인 요즈음 수련생들은 오히려 더 바쁘다. 아침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이어지는 수련시간에 수련생들은 방학특강으로 쌍절곤 등 기구술을 배우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김은경 기자  keki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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