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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한인 태권도 사범 수기 공모] 좌충우돌 이정규 사범의 미국 정착기 (21)내 수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이정규 사범
  • 승인 2007.05.07 13:48
  • 호수 545
  • 댓글 0

● 마스터 그 이름의 명예 

율곡 이이, 퇴계 이황과 같은 위인들처럼 호를 하나 갖고 싶었다. 뭔가 뜻 깊고 멋진 나만의 이름을 갖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에 와선 그런 생각이 없어졌다. 왜냐하면 난 이미 호가 있기 때문이다. 내 호는 사범이다. 

주위 사람들 중에 내 이름을 다 아는 사람은 드물다. 항상 이 사범 혹은 마스터 리로 불려왔고 나도 그게 편했다. 게다가 사범이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신선하고 분에 넘치는 호칭이다. 평생 명찰처럼 붙이고 다니며 불리 울 이름. 사범 이 정규. 난 그 이름이 너무 만족스럽다. 단지 이젠 그 이름값을 해야 된다는 생각을 할뿐이다. 

영어로 사범을 부르는 말은 마스터(Master)이다. 마스터라는 말은 어떤 기예의 대가, 달인이라는 뜻이다. 자의든 타의든 마스터로 불리는 한 그 이름에 책임을 져야한다. 우리는 태권도의 달인이어야 한다. 

태권도 지도자 교육을 받고 사범이 되지만 자격증엔 영문으로 Instructor(지도자)라고 적혀 있지 Master(달인)는 아니다. 태권도를 시작한지 30년이 되어가지만 마스터 소리를 듣기에 아직도 부담이 된다. 나이도 아직 젊고 지나온 세월만큼 수련이 깊질 못하기 때문이다. 

육순을 훨씬 넘기신 연세에도 도장에서 반듯하게 수련생들을 지도하시는 사범님들을 뵌다. 그 분들이야말로 진정한 무도인이란 생각에 절로 머리 숙여진다. 세월에 녹슬지 않고 가치를 더해 가는 무도인. 이것이 내가 꿈꾸며 살아가는 지도자의 모습이며 곧 미국인들이 상상하며 기대하는 사범의 모습인 것이다. 태권도를 통해 몸을 다스리고 삶을 다스려 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비단 기예뿐만 아니다. 정신적으로도 성숙한 인격과 덕망, 지혜를 갖춰야 한다. 

사범을 존경하게 되다 보면 인생에 대해, 삶에 대해 많은 것을 듣고 묻고 싶어 한다. 더욱이 우리처럼 자기절제와 수련을 강조하는 무도 사범들에겐 더욱 그러하다. 그러면 이런 제자들의 요구에 부응할만한 지혜나 인격을 어디서 닦을 것인가? 

고전이라 여겨지는 동양의 책들이 해답이라고 생각된다. 공, 맹의 유가(儒家)사상이나, 노, 장의 도가(道家) 사상은 물론 젠(Zen)이라고 알려진 불가(佛家)의 선(禪) 사상은 이미 미국의 서점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책들이다. 동양에서 온 우리에게 직접 듣고 배우고 싶어 하는 아름다운 사상들이다. 

동양의 고전들은 삶을 달관의 경지에서 깊이 들여다보는 안목을 지닌 만큼 매일 매일 곁에 두고 정독에 정독을 거듭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태권도 학과에서 필수과목으로 동양 사상 아니 한국 전통사상들을 가르쳐 가장 한국적인 태권도 사범들을 배출해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태권도 기술만으로 경쟁하기엔 미국이란 사회가 더 이상 만만치 않다. 체력은 말할 것도 없고 그들도 인터넷이나 한국탐방을 통해 신기술을 이미 다 배웠다. 또 쟁쟁했던 한국 출신 사범님들의 지도로 겨루기 기술도 더 이상 딸리지 않는다. 더욱이 우리가 미국에서 겨루어야 할 상대는 같은 태권도 사범이 아닌 별의 별 무술 실력을 다 갖춘 타 무술인들이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영어와 비즈니스 센스에 강한 미국 무술사범들과 겨루려면 그들이 갖지 못한 동양적인 향취를 지닌 존재가 되어야 한다. 최고가 되려 하지 말고 유일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만나기 힘든 특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 태권 그리고 도 

선배 사범님들이 잘 닦아 놓은 기반 덕에 웬만한 중소 도시까지 한국인 태권도장이 없는 곳이 없을 지경이다. 그런 미국에 우리 후배 사범들이 민들레 풀씨처럼 날아와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 나 같은 신참 사범들은 작은 도시들을 찾아가고 있다. 아직도 개간의 여지가 있는 미개척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철없던 내가 미국이라는 사회에 발을 들여놓고 좌충우돌 달려온 십 년. 

왜 그런지 모르게 부딪히는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았다. 이제와 돌이켜 보니 수양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난 싸워서 이겨야만 살아남는 곳이 미국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과도한 실력과시를 하다가 많지도 않은 나이에 골병만 여기 저기 들고 말았다. 실력이 변변치 못한 자격지심에 객기를 부리다 얻은 상처들이었다. 스스로를 낮추지 못해 겪었던 일들이다. 

부딪힐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 최상의 호신술이며 미소와 사랑으로 다가가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 바로 진정한 호신술이었다. 

어릴 적 내 꿈은 국제 태권도 사범이 되는 것이었다. 내 꿈은 여기까지였고 그 꿈은 이루어졌다. 더 이상 갈 곳도 바랄 것도 없다. 이젠 무엇을 위해 어디를 향해 살아가야 하나? 

거짓 없는 노력, 끊임없는 수련으로 때 묻은 영혼을 털어 내며 보람 있게 후회 없이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 오늘부터 다시 나에게 맞는 수련을 계속해 나가야겠다. 

평생의 도반(道伴)이 된 도복을 입고 이 수련을 멈추는 날 사범으로서 도복을 벗을 각오로 살아가고 싶다. 아니 내 마지막 수의로써 입고 가고 싶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무인. 삶과 가르침이 다르지 않는 지도자, 세파에 휩쓸리지 않는 허허로운 사범, 세월에 녹슬지 않는 태권도인. 영혼에 이르기까지 완성 된 도인.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비가 오면 오는 대로 그렇게 바람에 맞고 비에 젖으면서 대우주의 섭리 속에 나를 방생하며 살아가는 도인이 되고 싶다. 태권도로 도에 이르는 도인이 되고 싶다.

그러니 멀어도 이 길만은 가야 한다. 

가다가다 서는 날이 내가 이 땅을 뜨는 날이 되길 바라며 계속 이 길을 걸어가야 한다.

살랑거리는 바람을 느끼며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앞으로만 걸어가고 싶다.

善爲士者不武 善戰者不怒 善勝敵者不與 善用人者爲之下
是謂不爭之德 是爲用人之力 是謂配天古之極 

훌륭한 무사는 무술 실력을 뽐내지 않고 싸움을 잘하는 자는 성내지 않으며 적을 가장 잘 이기는 자는 적과 마주치지 않고 사람을 가장 잘 쓰는 자는 그들 앞에서 몸을 낮춘다. 이것을 다투지 않는 덕이라 하고 이것을 남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라 하며 이것을 하늘과 짝하는 옛날의 지극한 도라고 한다. - 도덕경 제 68 장-

▷ 끝

이정규 사범  dssim22@paran.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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