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도태권도협회전무이사협의회는 지난달 27일 올림픽공원 편익시설 C동에서 회의를 개최하고, 오는 10월 광주광역시에서 벌어지는 제88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전자호구를 착용해 경기를 치르자는 의견이 개진됐다.

대부분의 전무이사들은 이에 찬성했으며, 대한태권도협회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전국체전에서 전자호구 사용은 큰 문제가 없을 듯하다. 물론 다음 달 8일 국기원에서 벌어지는 전국체육대회 서울시 최종선발전을 지켜본 뒤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사용한다는 조건부가 붙었다.

하지만 전국체전에서 심판판정과 관련해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던 전무이사들이 전자호구 사용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아마도 오는 10월 제88회 광주광역시 전국체육대회는 전자호구를 사용한 첫 전국체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태권도 종가에서 그것도 국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전국체전에서 전자호구를 착용해 경기를 치를 경우 전 세계 태권도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WTF(세계태권도연맹)는 지난 3월 강원도 춘천시 호반체육관에서 벌어진 ‘전자호구국제태권도대회’에서 헤드기어와 주먹공격 등 부분적인 결함이 발견돼 이를 보완하고 ‘2009년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부터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대부분의 태권도인들은 전자호구 도입이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받아들였었다.

그러나 다시 전자호구에 대한 필요성을 태권도 종가에서 제기한 만큼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전자호구를 사용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이젠 WTF가 움직여야 할 때다. 지난 3월 전자호구국제대회가 채 끝나기도 전에 WTF 조정원 총재는 총재단 회의를 소집해 공인업체와 전문가 등 전자호구 관계자들과는 아무런  논의도 없이 서둘러 2008년 베이징올림픽 도입 불가 방침을 내려버렸다. 태권도 경기에 전자호구 도입여부는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물론 국제스포츠계의 관심사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조 총재가 신중치 못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WTF는 전자호구 공인 이후 전자호구를 착용해 경기를 치르는데 필요한 경기규칙은 전혀 마련하지 않았다. 기존의 룰을 그대로 전자호구에도 적용하게 될 경우 당연히 득점 표출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오는 18일부터 베이징에서 벌어지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다시 전자호구 시연회를 갖는다. 시연회를 통해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법이다. 그러나 기존의 룰을 그대로 다시 전자호구에 적용할 경우 같은 문제점이 계속 반복된다. 이렇게 될 경우 전자호구 도입은 다시 연기할 수밖에 없다.

WTF가 진정 전자호구 도입 의지가 있다면 전자호구 도입을 위한 경기규칙 마련이 먼저다. 또 전자호구를 착용해 경기를 치르는 모든 대회에 전문성을 갖춘 직원을 파견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끊임없는 연구가 필요하다. 완벽한 제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완벽한 제품을 생산해내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모든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도 없다. 휴대폰과 컴퓨터 등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 하지만 초기에 생산된 제품들은 사용이 불편했을 뿐만 아니라 용량도 지극히 제한적이었다.

전자호구도 마찬가지다. “아직 기술력이 부족하다” “시기상조다” 등 전자호구 도입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지도들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처음부터 완벽한 전자호구를 기대한다면 전자호구 도입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WTF가 공인한 전자호구인 만큼 각종 국제대회에 전자호구를 착용해 경기를 치르면서 문제점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김창완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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