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태권도협회(KTA)가 기대 이하의 집행부 인선에 대한 비판, 국고 지원 사업 입찰 비리 의혹에 이은 고소·고발, 불법 선거 의혹, 정무감각 부재, 행정 난맥, 집행부 부회장 간 이사회 고성 소동, 비선 실세의 완장 놀이 등으로 조용할 날이 없다.

지난 5일 KTA 이사회가 열린 올림픽 파크텔 앞에서 열린 집회 장면.

최창신 집행부를 떠받들고 있는 그룹 내에서도 최 회장의 정무 감각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피아를 막론하고 터져 나오고 있다.

이승완 전 KTA 회장을 중심으로 최창신 회장의 사퇴 운동과 고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앞뒤를 분간하지 못하는 최 회장의 측근들은 진화는커녕 오히려 기름을 붓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등장하는 또 하나의 부류가 있다.

바로 시민단체를 자처하며 최창신 회장의 사퇴를 주장하는 이들이다. 이들의 준동에 이승완 전 회장 연관성을 부인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태양을 가리는 것과 같다.

태권도 시민단체를 자처하는 이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그동안 작지 않았다. 양심에 따른 행동이 아닌 시시때때로 이해관계에 따라 철새처럼 오가는 그들의 행태는 시민단체라기보다는 청부 용역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회의 자유가 법으로 보장된 만큼 그들이 집회를 하든, 1인 시위를 하던 그것 역시 그들의 자유이다. 아무리 꼴사납다고 해도 법이 허용하는 내의 집회를 강제적으로 봉쇄할 수는 없다.

문제는 그 수준이 졸렬하고, 저급하다는 것이다.

지난 5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서 예정된 KTA 이사회에 앞서 그들이 벌인 집회에서 김덕근 씨가 부르짖은 내용들은 선동을 넘어 불쾌하기 그지없었다.

‘목을 따자’, ‘화약을 풀어 궤멸하자’는 등의 발언은 섬뜩하기는커녕 듣기도 민망한 수준의 막장이었다.

시민단체를 자처하는 이들은 영악하게도 그 효과를 잘 알고 있다.

물론 시민단체의 수준이 저급하다고 해서 최창신 집행부에 대한 온갖 의혹과 난맥에 대한 비판이 덮어질 수는 없다.

더욱이 최창신 회장과 이승완 전 회장 모두와 함께 동고동락한 태권도신문(주) 식구들의 입장은 매우 곤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를 자처하는 이들의 저급한 수준은 피아를 막론하고 퇴출되어야 할 수준이다.

지난 2016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서 영부인 미셀 오바마가 힐러리 클린튼 후보를 지지하는 연설 중 트럼트 후보의 저급한 선거운동을 지적하며 “저들은 저열하게 갈지라도, 우리는 품격있게 간다”는 웅변은 인종과 종교, 정치적 대립을 떠나 큰 울림을 전해주었다.

최창신 회장 집행부가 아무리 무능하고, 때로는 구밀복검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하더라도 ‘목을 따자’, ‘궤멸하자’는 식의 수준 이하의 선동은 그 자체로 퇴출의 대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가장 큰 동력은 무능하고 비리로 점철된 정권에 대한 국회의 탄핵 표결, 헌법재판소의 파면 주문이 아니었다.

쇠파이프와 화염병, 죽창이 아닌 촛불로 만들어낸 평화로운 집회와 국민들의 여망이었다.

“When they go low, we go high”라는 미셀 오바마의 명연설이 지금 태권도계의 시위 문화에 던져주는 메시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양택진 기자  winset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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