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태권도협회(KTA) 이사회가 의사진행과 심의 안건 찬반을 두고 고성이 오가는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며 난망한 지경에 이르렀다.

김경덕 상임부회장과 나동식 행정부회장의 고성과 삿대질이 오가는 ‘투맨쇼’로 두 차례의 정회까지 벌어진 이날, 관심을 모았던 서울시협회 심사 운영 및 예산 지원의 건은 설전 끝에 조건부 통과되었다.

반상회야? 이사회야? KTA 이사회서 김경덕 부회장(왼쪽)과 나동식 부회장이 서로 삿대질을 하며 다투고 있는 장면.

지난 5일 오전 11시, 서울올림픽 파크텔에서 2017년도 KTA 제1차 이사회가 열렸다.

재적 18명 중 12명이 참석(이현부, 김주신, 양희석, 은승표, 장달영, 최철영 불참)한 이날 이사회는 보고사항에서부터 김 부회장과 나 부회장 간 고성이 오가며 정회가 선언되었다.

발단은 보고사항 중 첫 번째인 ‘2017 무주 세계대회 국가대표 선수 선발 완료’의 건에서 의사진행 발언과 회의법 등을 두고 두 사람의 이견과 감정이 격화되며 시작되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사회가 보고사항부터 소동으로 인해 정회되었지만 두 사람은 자리를 뜨지 않고 서로를 향해 ‘그러면 무식하다는 소리 듣는다’, ‘의원해서 그렇게 잘 아냐’, ‘당신이 의원 시켜줬냐’는 등 서로를 향해 감정적 폄훼 발언을 이어갔다.

최 창신 회장이 ‘그만 하라’며 말렸지만 김 부회장과 나 부회장은 아랑곳없이 서로를 향해 삿대질을 이어갔고, 결국 심의안건 중 ‘서울시협회 심사 운영 및 예산 지원의 건’에서 또 다시 격돌했다.

이와 관련 불법 선거 관련 문자 메시지 유출로 의혹의 중심에 선 정재규 위원장은 “최창신 회장이 서울시 심사 관련 수익을 관리단체위원회에 약 3억 정도 주기로 약속했다. 회장단 회의를 거쳤다고 했고, 5일 이사회에서 통과시켜 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도 회의를 거쳐 4월 말에 치르기로 한 서울시협회 회장 선거를 5월 26일로 미루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KTA는 관리단체로 지정된 서울시협회 심사권을 정지시키고, 태스크포스 팀을 구성해 직접 심사를 시행해왔다.

이 과정에서 과거 서울시협회 심사와 비교해 약 만 원 정도 낮게 심사비가 책정되었지만 8개월 여간 모인 수익금은 6억 원에 이르렀다.

반면 관리단체위원회는 서울시협회 사무국 경상비와 관리단체 운영 예산이 바닥나자 회원의 회비로 적립된 9억 여 원 중 6억 원을 두 차례에 걸쳐 전용해 사용하는 등 예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막상 해당 안건에서 나 부회장은 “관리단체에 어떻게 회원들에게 돌아가야 할 수입금을 주느냐? 법적 소송이 반드시 걸리는 문제다. 난 책임지기 싫다. 찬성하려면 찬성하는 사람을 명확히 밝혀 추후 소송이 발생할 경우 찬성한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한다. 누가 찬성하고 책임질 것이냐”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에 김 부회장도 지지 않고 “나도 변호사 두 명에게 알아봤는데 줘도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심사관리위원회가 심사비를 낮게 책정되었다고 하지만 현재 국기원에 신고된 심사비보다 훨씬 많이 받았다. 부당이득 착취이다. 이 수익금은 돌려줘야 한다. 내가 책임질 것이다”라며 응수 했다.

두 사람의 평행선 같은 설전은 지칠 줄 모르며 장시간 이어졌고, 결국 해당 안건은 ‘법률 자문을 받아 문제가 없을 시 지원’한다는 조건을 전제로 통과 되었다.

앞선 심의 안건인 0.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의 건, 0. 규정 제·개정의 건(경기용품 공인 규정 제정, 국가대표 선발 규정 개정)은 원안대로 통과 되었다.

기타 사항에서는 향후 예상되는 소송에 대비해 법률 행정비 예비비 전용 5,000만원을 추가 안건으로 상정시켜 통과되었다.

한편, 이날 이사회서는 추가 이사 선임 8명에 대해 대한체육회 인준을 올릴 것을 보고했으나 KTA는 이와 관련한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으며, 지난 4일 자로 사임한 장달영 이사에 대한 사임보고도 하지 않았다.

특히, 장달영 이사가 최근 의혹이 불거진 KTA 경기영상 녹화장비 지원사업에 관련된 업체인 유비스포를 대리해 KTA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그 배경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양택진 기자  winset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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