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8일 대한태권도협회(KTA) 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최창신 회장의 불법 선거 증거가 있다는 문자 메시지가 유출,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문자 메시지를 보낸 당사자는 정재규 서울시태권도협회 관리단체위원장.

정 위원장은 최근 미국의 이상철 USTC 회장에게 “선거법을 어기어 결정적으로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는 증거를 가지고 있으나...”라는 내용이 담긴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문자 메시지가 외부로 유출되자 정 위원장은 일단 관련 내용을 부인하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5월 28일로 예정된 서울시협회 회장 선거와 관련된 내용도 함께 담겨 있어 의혹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정재규 위원장(왼쪽)과 최창신 회장.

유출된 문자 메시지와 관련해 의혹이 쏠리는 대목은 관리단체로 지정된 서울시태권도협회가 KTA 회장 선거에 임박해 선거인단 추천을 포기한 정황이다.

당시 관리단체위원회는 KTA로부터 6명의 선거인단을 배정받았지만 선거 참여를 포기했다.

이와 관련 선거 참여를 포기하는 대가로 KTA에서 직접 실시하고 있는 서울시협회 심사 수익금의 지원, 최 회장 당선 후 KTA 이사 지분, 그리고 향후 서울시협회 회장 선거에서 정 위원장 자신에 대한 지지를 거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지난 3일 기자와 만난 정 위원장은 관련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정 위원장은 “당시 이러저러한 말들이 있었다. 최창신 후보 측에서도, 이승완 후보 측에서도 다 그런 말들이 있었다. 그러나 선거권을 포기한 것은 나 혼자 결정한 것이 아니고 관리단체위원회에서 결정했으며, 선거인 추천 이틀을 앞두고 KTA에서 최종적으로 선거인을 추천하라고 해 선거 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포기한 것이다”라고 부인했다.

더불어 문자 메시지 내용 중 “선거법을 어기어 결정적으로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는 증거를 가지고 있으나 내일 모레 (최 회장과) 면담이 있으니 이번에도 약속을 안 지키면 이 회장님께 드릴 생각입니다. 화김에 서방질 하더라고요”라는 부분에 대해 내용의 진위 여부에 물었지만 부인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불법 선거를 의미하는 문자를 직접 이상철 회장에게 보낸 것뿐만 아니라, ‘서울 대의원 표 6개 포기하라 하고, 최가 당선되면 서울 몫으로 이사 시켜 준다고 했고, 부산, 울산, 충남 등은 자기들 편이니 조영호 체육회 사무총장, 문체부 등에 말해 빨리 (협회 인준을) 승인해 주라 했다’는 내용의 대화가 있었다는 메시지도 있어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 위원장이 관리위원장이 되기 전 ‘누군가’와 함께 김종 전 차관을 만났다는 의혹, 그리고 KTA 회장 선거 전 최 회장의 ‘측근’과 여러 차례 만났다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누군가’와 ‘측근’은 바로 김광현 KTA 질서위원회 위원장이다.

현재 KTA 실세로 불리는 김 위원장과의 동행, 그리고 잦은 만남에 대해서도 정 위원장은 부인했다.

최 회장의 불법 선거에 대해 양심선언을 할 것처럼 문자 메시지를 보냈던 정 위원장이 돌연 모든 내용을 부인하면서 그 배경에도 의심의 눈초리가 쏠리고 있다.

서울시협회가 관리단체로 지정된 후 서울시 심사를 직접 시행하고 있는 KTA가 심사 수익금 지원을 미루다 KTA 이사회서 이를 통과시켜 주겠다는 최 회장의 약속이 있어 정 위원장이 슬그머니 꼬리를 빼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그동안 KTA가 서울시 심사와 관련한 심사 수익금 지원에 대해 미루다가 최근 코치들과의 면담에서 최 회장이 5일 이사회에서 이를 통과시켜 주겠다는 약속을 했고, 그래서 4월 말로 예정되었던 서울시협회 회장 선거를 5월 26일로 미루었다”고 시인했다.

결국 관리단체와 사무국 경상비 운영과 관련해 곤란한 지경에 처해 있던 정 위원장이 심사수익금 지원을 최 회장이 약속, 숨통이 트이자 자신이 발설한 내용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는 정황이다.

이와 관련해 KTA는 지난 5일 이사회서 해당 안건에 대해 긴 실랑이 끝에 ‘법률 자문 후 문제가 없을 경우 서울시협회 관리단체위원회가 요구한 심사 수익금 지원에 대해 지원한다’는 조건부 의결을 승인했다.

한편, 정 위원장의 문자 메시지 유출로 인해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조영호 전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의 KTA 회장 선거 개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조심스레 일고 있다.

양택진 기자  winset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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