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태권도연맹이 주최하는 대회는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와 월드컵단체대항대회 등 2개 대회다.

두 대회에는 세계연맹이 지난해 4월 12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렸던 정기총회에서 개정한 경기규칙이 적용된다.

세계연맹이 흥미있는 태권도 경기를 위해 개정했다는 경기규칙이 과연 어느 정도의 실효성을 거둘지 검증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여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회에 참여하는 각 국가협회 관계자들을 비롯해 선수들을 지도하는 감독, 코치, 참가 선수, 판정을 담당할 국제심판들도 올해부터 세계대회에 적용될 새 경기규칙에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개정된 경기규칙 중 경기장 축소, 심판수의 증가, 그리고 점수 상한승과 점수차승 등이 특히 눈여겨 볼 부분으로 손꼽히고 있다.

경기장 축소, 심판 수 증가로 변화 추구

올해 세계대회에 적용되는 경기규칙의 핵심은 경기장 축소(14mX14m → 12mX12m)와 심판의 증가(4심제→5심제)다.

경기장 축소는 경기에서 도망가는 선수들의 행동범위를 축소시켜 선수들로 하여금 공격적인 경기를 하도록 유도한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따라서 선수들은 축소된 범위 내에서 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물러나는 동작보다는 다양한 발놀림으로 상대선수의 공격을 피해 반격하는 형태로 경기가 전개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을 예상할 수 있다. 또 주먹공격이 득점으로 인정된다면 주먹공격과 함께 상대선수에게 붙는 수비 전술도 자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경기장 축소가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고의로 한계선 밖으로 물러나는 행위에 대해 경고 이상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보완책이 거론되기도 하고, 선수들의 물러나는 행위를 근절시키기 위한 지도자들의 부단한 지도 노력 없이는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 것이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도 나돌고 있다.

심판의 증가는 판정을 내리기 힘든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부심 1명을 추가한 것으로 주심 1명과 부심 4명이 경기에 참여해 부심 4명 중 3명(종전에는 부심 3명 중 2명)이 채점기를 눌러야만 유효득점으로 인정된다.

따라서 선수들의 공격에 따른 득점 여부는 좀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또한 유효득점을 판단하는 심판의 증가로 정확한 득점만이 인정된다는 원칙에도 부합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심판들이 채점기를 누르는 반응속도가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득점이 유효하게 처리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어 심판 보수교육을 통해 심판들이 정확하면서도 신속하게 판단하고 조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남자 경기시간 단축(3분에서 2분으로)과 서든데스제(연장전 선취득점자 승리)는 현행대로 유지된다.

지난해 세계연맹 합동기술회의 등에서 제기됐던 차등점수제 개선책(얼굴 3점, 180도 몸돌아차기 1점 추가)은 올 7월 베트남 정기총회의 승인을 거쳐야하는 과정을 남겨두고 있어 올해 세계대회에서는 몸통 1득점, 얼굴 2득점 등 종전과 동일한 득점규정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점수 상한승과 점수차승 규칙은 재검토

새로운 경기규칙 중 점수 상한승, 점수차승 등은 대회에 적용될 경우 경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 두 가지 규칙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어 세계연맹에서도 대회적용까지는 추후 합동기술회의 등 검토과정을 거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올해 대회 적용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점수 상한승은 선수가 12점에 먼저 도달했을 때 승자가 결정되는 규칙, 점수차 승은 선수간의 점수차가 7점이 날 경우 경기를 종료시키는 규칙이다.

이 규칙들이 적용될 경우 실력 차이에 의한 빠른 경기진행으로 대회 전체 경기시간 단축, 관중들에게 승패를 결정하는 한정된 점수를 알려 관심을 집중시키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그러나 점수 상한승과 점수차 승이 적용될 경우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측면이 더 많을 것이라는 반론이 거세다. 요즘 태권도 경기 추세가 다득점으로 변했는데 12점이라는 점수는 너무 작다는 점, 또 12점과 7점이라는 점수가 어떻게 결정됐는지, 그 적정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기원에서 열렸던 제52차 세계연맹 국제심판 보수교육에서도 국제심판들은 두 경기규칙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고, 고의민 세계연맹 기술위원장도 심판들의 제언을 적극 수렴해 수정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했었다.

또한 올해 세계대회에는 선수들의 상해예방과 주먹공격을 유도하기 위해 손 보호대가 도입될 전망이다.

손 보호대는 지난해부터 대한태권도협회가 각종 대회에 도입, 상해예방 측면에서 탁월한 효과를 보고 있다. 하지만 주먹공격 활성화까지는 미치지 못해 주먹득점을 인정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만 손 보호대의 활용가치도 극대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홍철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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