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정부의 ‘국립 태권도 사관학교’ 설립 추진 보도가 인터넷 포털에 게재되었다.

태권도 무술을 문화 콘텐츠로 활용하고, 수련과 지식인 양성을 통해 무예로서의 본질과 위상을 높이는 등 질적 성장을 꾀하겠다는 취지였다.

태권도 사관학교를 중국 소림사에 버금가는 문화 콘텐츠로 키우겠다는 정부의 야심찬 계획도 포함되었다.

뿐만 아니라 설립 방안은 한국종합예술학교 제7원 형태로 태권도원에 설립하는 방법이 우선 거론되고 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갑작스레 튀어나온 생뚱한 기사는 결국 너무 앞서간 기사로 밝혀졌다.

태권도 사관학교 설립? 한국예술종합학교 7원?

당연히 한예종은 구성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왜 이런 보도가 나왔을까?

지난 2015년 문체부는 태권도원의 기능과 상징성 강화를 위해 교육기관 설립을 고려한 바 있다.

이를 위한 1차 조사가 진행되었으며, 교육부 산하 국립 태권도 대학 설립과 국제 대학원 설립, 그리고 한예종 제7원 형태 설립 및 문체부 지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중 교육부 산하 국립대 형태는 태권도학과가 이미 있는 대학들의 반발이 고려되었고, 국제 대학원은 현실적 가능성에서 제한이 있었다.

따라서 태권도사관학교, 혹은 한예종 7원 형태의 무예원 설립 등에 대한 논의는 있었지만 당장 설립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은 제시되지 않았다.

우선 당면한 것이 타당성 조사연구 정도이다.

더욱이 한예종 7원 설립은 한예종의 필요성과 태권도계의 필요성이 공감대를 이루어야 한다.

한예종은 실기 중심, 현장 중심의 국립 문화예술 교육기관이다. 문화예술계 전반에서 한예종 출신들이 두각을 나타낸 것은 이미 오래되었다.

따라서 한예종의 노하우와 태권도의 콘텐트가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면 환영할 일이지만 애드벌룬 띄우는 식으로 접근한다면 속 빈 강정이 될 뿐이다.

더욱이 교육기관 설립 취지가 문화예술 전문 교육기관과의 교류를 통한 태권도 공연예술 콘텐츠 활성화인지, 양질의 사범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인지 정체성도 뚜렷하지 않다.

태권도 사관학교가 태권도 수련과 사범 지도자 양성에 목적을 두는 것인지, 태권도 콘텐츠의 문화예술적 발전을 목적에 두는 것인지에 따라 그에 맞는 지향점 설정과 과정이 필요하다.

여기에 국기원 연수원이 무주 태권도원으로 이전한 마당에 이 교육기관과는 어떻게 성격이 다른 것인지에 대한 가르마 타기도 필요하다.

이와 관련 태권도원 관계자는 “갑자기 이런 얘기가 나와 우리도 당황하고 있다. 한예종과 MOU를 통해 협력 분야를 찾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예종 7원이라든지, 사관학교라든지 이런 것을 함부로 추진한다는 것은 지금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문체부 담당자 역시 “오보에 가까운 얘기다. 과거 조사와 관련해 얘기를 하다가 나온 얘기가 너무 앞서 간 것 같다. 한예종과 협의한 바도 없고, 한예종에서 많은 항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더 높은 수준의 태권도 사범 양성을 위한 전문화된 교육 과정 및 보수 교육의 필요성, 태권도 문화 콘텐츠 육성 방안을 위한 연구 및 조사의 계획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나간 보도이지만 남긴 시사점은 되새길 필요가 있다.

태권도 공연이 대중성 있는 공연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휴머니즘과 스토리의 취약성을 극복해야 한다. 여기에 어깨너머로 이것저것 갖다 붙이는 수준을 뛰어넘어 연출과 공연 기술의 전문화도 필요하다.

사범 교육 역시 자격 취득 과정을 더욱 정교하고 엄격하게 만들어야 한다. 또한 이미 사범이 되었어도 기간에 따라 보수 교육 혹은 보다 전문화된 과정을 만들어 양질의 교육자로 거듭나게 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생뚱맞은 에드벌룬에 현혹되기 보다는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는 과정과 노력이 필요하다.

양택진 기자  winset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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