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서 열린 ‘2017년 대한태권도협회(KTA) 겨루기 경기규칙 강습회.’

이 날 오후 2시부터 ‘겨루기 경기규칙1’ 강습회에 나선 김준식 경기위원회 부위원장이 “이 부분은 최창신 회장님께서 특별히 부탁한 것인데...”라며 시선을 집중시켰다.

김 부위원장은 “경기장 질서를 위해 될 수 있으면 돗자리 사용을 금한다. 관중석이 여유 있으면 선수가 관중석에서 휴식할 수 있도록 지도자들께 부탁한다”며 최 회장의 ‘특별한 부탁’을 강습회 참가자들에게 전했다.

일리 있는 말이다. 왜냐하면 태권도 경기장은 연일 쓰레기로 골머리를 앓기 때문.

선수단이 돗자리를 깔고 머문 자리. 태권도 경기장은 쓰레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충남 홍성군에서 열린 ‘제46회 협회장기 전국단체대항태권도대회’ 겸 ‘2017년도 국가대표선수선발 예선대회’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다.

대전체중, 고와 충남체고 선수단이 쓰레기봉투를 받아 다른 팀의 자리까지 청소하며 결승전 직전 박수를 받은 반면에 서울 모 대학 선수단은 쓰레기를 머물던 자리에 방치시켜 놓고 돌아가 체면을 구긴 적이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 경기장을 돌아다니면 관중석 대부분이 음식물과 쓰레기로 지저분하고, 돗자리도 마찬가지로 청결 상태가 매우 불량하다. 치우지도 않고 숙소로 돌아가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쓰레기 때문에 경기가 중단되기도 한다. 돗자리 사용 금지는 이러한 경기장 문화를 바꿔 보고자는 최창신 회장의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웜업장도 없는 국내 경기장에서 돗자리 사용 금지는 옳은 통제일까?

국제 경기장을 가보면 선수들이 몸을 풀고, 휴식도 수 있는, 그리고 선수 대기실과 가까운 거리에 웜업장이 마련되어 있다. 규모가 크지 않아도 웜업장은 항상 있었다.

어떻게 보면 국내 경기장에서의 돗자리는 국제 경기장의 웜업장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대기실과 가까운 곳에 돗자리를 깔고, 당일 경기가 있는 선수들은 아침부터 그곳에서 몸을 푼다. 관중석까지의 이동 시간을 줄일 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KTA 경기부에서 관중석 뒤편에서 미트차기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돗자리는 매우 용이하다.

따라서 돗자리 사용을 금지한다면 국내 경기장에서는 선수들이 야외에서 몸을 풀어야하며, 8강전에서 승리한 선수는 그나마 있지도 않은 휴식시간을 관중석까지의 이동시간으로 소비해야 한다.

경기력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또 한 가지.

국제대회 웜업장에서 몸을 풀고 있는 이아름(왼쪽)과 황경선(오른쪽). 국내 대회장은 웜업장이 없다.

만약 비나 눈이라도 올 경우 선수들은 웜업장도 없고, 돗자리도 사용하지 못하는데, 그렇다고 야외에서 비를 맞으며 몸을 풀 수도 없는 입장. 결국 갈 곳을 잃게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엘리트 태권도 최고 기관인 KTA에서 선수들의 경기력을 방해하는 통제는 이치에 벗어나고, 선수와 지도자들의 원성만 사게 될 것이다.

결국 경기규칙강습회 직후 김경일 경기위원회 위원장과 김준식 부위원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돗자리 사용 문제는 다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A지도자는 “이런 결정을 내린 선수 출신의 임원, 그리고 태권도인을 강조하는 최창신 회장이 선수 시절 관중석에서 몸 풀고, 휴식했다면 불만이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누릴 수 있는 편의는 다 누리고, 이제 와서 돗자리를 금지한다면 마냥 따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웜업장 마련, 관중석 뒤편 몸 풀기를 하용하지 않은 한 돗자리 사용 금지는 타당성에 어긋난다는 중론이다.

오히려 돗자리를 사용하는 선수들에게 웜업장을 마련하지 못하는 KTA가 대안부터 제시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경기장 질서와 관련해 다른 해답이 필요하다.

류호경 기자  hk4707@naver.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류호경 기자
• hk470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