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판정의 공정성을 높이고 심판들의 자질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선 ‘전임심판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상임심판제’로는 판정과 관련된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객관적인 평가로 최정예 심판을 선발한 후 1년 계약제로 ‘전임심판제’를 도입하면, 체계적으로 심판을 교육하고 운영할 수 있어 판정 시비와 불신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여론은 대한태권도협회(KTA) 심판분과에서도 흘러나오고 있다. 

박종명 심판위원장은 지난달 5일 춘천에서 “현재 집행부가 전임심판제 도입을 조심스럽게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전임심판제가 도입되면 ‘전임 심판’이 되기 위해 더 열심히 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등 심판부 내부적으로 자정(自淨) 바람이 불 것”이라며 전임심판제 도입을 찬성했다.

최정호 심판분과 부위원장도 “예산이 어느 정도 확보되면 일단 10명 정도라도 전임심판으로 선발할 필요가 있다”며 판정 불신을 해소하고 심판의 위상을 높이는 등 순기능이 많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본지>가 최근 KTA 상임심판원 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6%(16명)가 전임심판제 도입에 찬성했다. <도표 참조>

그러나 전임심판제를 도입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만약 1년 계약 형식으로 10명의 전임심판을 선발해 매월 200만 원을 지급할 경우, 2억 4천만 원의 예산이 있어야 한다.

또 ‘전임심판’을 선발하는 기준과 방법이 투명해야 하고 객관성을 담보해야 한다. 그것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전임심판제를 도입하는 의미와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정국현 한국체육대학교 교수는 전임심판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어떻게 심판을 선발하고 운영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많은 심판들은 심판 경력과 경륜보다는 주위의 좋은 평판과 신뢰도가 전임심판 선발의 최우선 기준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임심판제 도입은 실현 가능한 일일까? 현재로선 미지수다.

전임심판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KTA 박종명 심판위원장<왼쪽>과 최정호 부위원장.

우선 KTA의 예산이 빠듯해 전임심판제를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는 예산이 부족하다. 집행부의 의지만 있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에 대해 한 태권도인은 “KTA는 경기단체다. 도장 지원을 위해 1,500원의 심사비를 더 받는 것처럼 공정한 판정을 위해 심사비를 더 걷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KTA 집행부는 전임심판제를 도입하기 위해 심사비를 인상해 예산을 확보하는 등 무리수를 두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임춘길 KTA 전무이사는 “전임심판제 도입을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다”고 한 반면, 양진방 기획이사는 “(전임심판제 도입을) 검토한 적이 없다”고 말해 전임심판제 도입에 대한 집행부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현재로선 전임심판제 도입은 희망사항에 불과할 뿐 실현될 가능성이 적다.

한편 대한체육회 산하 아마추어 경기단체 중 전임심판제를 도입한 단체가 없다. 2003년 아마 야구계에 판정 비리가 잇따라 터져 나오자 대한야구협회가 전임심판제 도입을 추진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실현되지 못했다.

서성원 기자  dssim22@paran.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서성원 기자
• dssim22@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