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행동(group behavior)’은 집단구성원이 추구하는 목적을 실현시키기 위해 구성원들이 일치해서 동일한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그동안 태권도계에는 크고 작은 집단행동이 심심찮게 벌어졌다. 이 중에서 집단행동의 전형을 보여준 것은 2001년 4월에 일어난 용인대, 경희대, 경원대 등 태권도학과 학생들의 ‘태권도 바로세우기’ 시위였다. 여기에 교수와 동문회까지 가세해 태권도계의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심판들의 불공정 판정 의혹으로 시작된 이 사태는 급기야 권좌에 있던 여러 사람들을 끌어내렸다. 30년간 태권도계의 총수(總帥)로 있던 김운용씨도 큰 곤욕을 치렀다.

학생들과 교수, 동문회가 주도한 이 집단행동이 어느 정도 소기의 목적을 거두자 이를 모방한 집단행동이 봇물 터지 듯 일어났다. 조직과 조직, 사람과 사람 간의 갈등이 생기면, 일단 사람부터 끌어 모아 목소리를 크게 내는 것이 ‘장땡’이라는 말이 나돈 것도 이 때부터다.

태권도계의 집단행동은 대략 이런 과정을 거친다.

태권도계는 여러 계파가 상존하고 있고, 사람과 사람 간의 조직이다 보니 그 조직의 우두머리의 의도에 따라 정체불명의 단체가 급조되고, 소위 ‘행동대장’들이 여러 통로를 통해 후배와 제자들을 끌어 모아 집단행동을 해 왔다.

문제는 이런 집단행동이 자의성과 정당성(진정성)을 획득하느냐는 것이다. 집단행동은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왜 집단행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분과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동참이 있을 때만이 자의성과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다.

그러나 스승과 선배의 강요에 의해 자의성이 없이 시위 현장에 나온 사람들은 대부분 고개를 숙인 채 구호를 외치거나 문지기 역할을 하는 것이 전부다. 이들에게서 집단행동의 자의성과 정당성을 찾기란 불가능하다.

집단행동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그 일이 공익(公益)을 위한 것이어야 하고, 태권도인들의 폭넓은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러나 태권도계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집단행동은 대부분 정당성을 상실한, 즉 사사로운 개인의 영달을 위한 것이거나 기득권을 무너뜨리고 권력을 확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따라서 몇 몇 집단행동을 지켜본 지각있는 태권도인들은 “여차하면 사람들을 끌어 모아 특정인을 내쫓겠다는 논리로 집단행동을 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이젠 태권도계도 많이 성숙됐기 때문에 무분별한 집단행동에 박수를 칠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단언한다.

집단행동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법으로 보장한 일종의 의사 표출 수단이다.

그러나 이런 순기능을 간과한 채 권모술수의 수단으로, 또는 특정 조직과 개인의 영달을 위해 자행되면 태권도의 밝은 미래는 요원하다.

“태권도의 건강성을 위해서라도 명분없는 집단행동은 사라져야 한다”는 말은 시사하는 것이 크다.

서성원 기자  keki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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