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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캄 “한국서 5개월은 자존감 회복의 시간”“1등이 아니어도 내가 하는 태권도의 가치는 살아있다”
  • 양택진 기자
  • 승인 2016.12.1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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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후 4시 국기원서 열린 ‘2016 태권도 지도자 초청 연수프로그램 수료식.’

문체부 문화동반자 사업 일환으로 국기원이 주관하는 이 자리에서 아주 낯익은, 그리고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손캄 차나팁.

2012 런던올림픽 여자 -49kg급 동메달리스트이자 2013 푸에블라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 그리고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로 ‘타이거 최’ 최영석 감독과 태국 태권도를 대표한 손캄 차나팁(25, 5단)이 연수생 중 한 명으로 이 자리에 선 것.

전자호구와 헤드기어가 아닌 국기원이 새겨진 태권도복에 검은 띠를 맨 손캄은 이날 9명의 동료 연수생들과 수료식 행사로 태백 품새와 호신술, 격파, 응용 동작 품새, 그리고 태권댄스 등을 선보이며 지난 5개월의 연수프로그램에 마침표를 찍었다.

비록 겨루기 엘리트 선수로 국제대회를 종횡무진 하던 날이 바짝 선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다시 배우고 익힌 품새와 시범을 펼쳐 보이는 손캄에게서 색다름과 함께 설레임을 발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손캄이 지난 8월 연수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역시 스승인 최영석 태국 국가대표 감독의 조언이었다.

“부상과 함께 당장은 아니더라도 은퇴 이후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나에게 최 감독님이 은퇴를 하고 싶은지 물었고, 국기원에서 주관하는 이 연수프로그램에 참여해 볼 것을 권했다. 한국에서 휴식도 취하며 국기원에서 태권도의 또 다른 가치를 직접 겪어보고 결정해보라는 뜻이었다. 5개월이 지난 지금 태권도인으로서 두 번째 삶의 기쁨을 알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상대의 몸통과 머리를 공격해 득점을 얻을까를 고민하던 손캄에게 5개월간의 지도자 연수는 어떤 의미였을까?

손캄은 “누군가와 경쟁으로서의 태권도가 아닌 인생을 전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엘리트 선수로서의 삶은 성적이 없으면 가치가 없다고 느끼게 된다. 그러나 점수를 내지 못해도 태권도를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더 멋진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것, 1등이 아니어도  내가 하는 태권도의 가치는 살아있고,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전한다.

손캄 차나팁(왼쪽)이 2016 태권도 지도자 초청 연수프로그램 수료식서 호신술 시범을 선보이고 있다.

물론 연수 기간 동안 다시 품새를 배우고, 시범 동작을 익히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품새 동작을 다시 기억해내기 쉽지 않았고, 연결동작을 암기하고 이해하는 과정은 어렵기만 했다.

그러나 같은 동작을 반복 수련하고, 그 과정을 통해 다른 연수생들과 소통하면서 창조적인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손캄은 그 과정을 치유와 자존감의 회복이라고 표현했다.

“연수 과정에서 나 스스로 치유 받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영감을 나와 같은 선수들이나 태국의 어린 수련생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태권도를 통한 가치 있는 삶, 수련생의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 선수들이 은퇴 후 제2의 태권도 인생을 살 수 있는 그런 꿈을 나누고 싶다”고 말한다.

손캄은 이번 연수기간 중 연계프로그램으로 두 차례 태릉선수촌을 찾았다. 이곳에서 자신과 경쟁했던, 그리고 지난 8월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김소희(23, 한국가스공사)를 만났다.

무슨 말을 나눴는지 묻자 “리우에서 금메달을 딴 김소희 선수에게 ‘축하한다’고 말을 건넸다. 내가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 아쉬움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연수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태릉선수촌에서 김소희 선수를 만나니 또 다른 느낌이었고, 반가웠다”고 전한다.

이번 연수기간 중 손캄에게 가장 크게 도움이 된 것은 한국어 배우기.

손캄은 “이제 한국어를 조금 알아들을 수 있다. 사실 한국에 대한 동경이 컸다. 서울대학교 어학연수 과정을 통해 한국어를 배우면서 한국 사람들과 한국말로 조금이라도 소통할 수 있게 되면서 전보다 한국에 대해 더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기쁨이었다”고 밝힌다.

나중에 최영석 감독에게 슬쩍 반말을 해보라고 농담을 건네자 환하게 웃으며 손사래를 친다.

태국 최영석 감독(왼쪽)과 손캄 차나팁.

연수를 권한 최 감독은 “정말 손에 꼽는 애제자이다. 부상과 함께 두 번째 올림픽 출전이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휴식과 함께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권했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다. 손캄은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고 스마트하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서울대학교 같은 곳에서 체육쪽으로 더 공부해 태국 체육계나 교육계 쪽에서 큰 역할을 했으면 한다. 태국의 어린 태권도 선수들에게 손캄은 롤 모델이다. 그 역할을 잘 해내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인터뷰 내내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밝은 표정의 손캄을 통해 국기원 태권도 지도자 초청 연수프로그램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고, 한편으로는 훗날 손캄이 만들어갈 두 번째 태권도인의 삶에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양택진 기자  winset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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