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기 전문위원.

우리는 살다 보면 자주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이 옷을 입을까, 저 옷을 입을까?', '한식을 먹을까, 양식을 먹을까?'하는 일상적인 선택으로부터 인생의 행로를 결정짓는 중요한 선택까지 우리의 삶은 ‘선택의 릴레이’라고 칭할 수 있을 만큼 수많은 갈림길을 지나게 됩니다.  

어쩌면 우리가 태권도를 수련하는 이유도 그 수많은 기로에서 올바른 길을 알아볼 수 있는 혜안을 기르기 위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문학이나 역사나 철학 등의 학문도 따지고 보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직면하게 될 갈림길에서 보다 올바르고 가치있고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하기 위함일 터이고, 수학이나 과학적 지식도 참과 거짓 가운데 참을 가려내는데 쓰인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이렇듯 많은 기로에 수시로 직면하다 보니 우리는 때때로 선택의 중요성을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아주 엄청난 과오를 빚어낼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명심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일제시대 때 저항과 충성의 갈림길에서 서정주 시인은 ‘일제가 당분간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협조의 길을 택하였습니다. 그의 작품세계를 몸뚱이라고 가정할 때 팔뚝 하나쯤 맹수들에게 던져준다 한들 몸뚱이 전체가 썩겠느냐는 생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나중에 누가 뭐라 하면 그 팔뚝을 떼어준 건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며, 떼어준 순간부터 내 몸이 아니라고 말하면 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팔뚝은 생각대로 몸뚱이에서 떨어지지 않았으며, 썩은 상처는 몸뚱이 전체로 번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잘못된 선택의 결과였습니다.  양심과 정의를 외면하고 나 혼자 살아보겠다고 굴욕과 배반의 길을 선택했기 때문에 그 순간부터 그가 딛는 한 발짝 한 발짝은 진흙탕이며 수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번의 잘못된 선택은 그 잘못을 덮기 위해 또 다른 권력에 의지하는 것으로 귀결되었고, 결국 그는 뛰어난 재주에도 불구하고 오명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그의 문학적 재능은 두고두고 독자들을 감동시키는 대신 ‘그릇(시를 쓰는 재주)이 아무리 훌륭해도 그 그릇에 담은 음식(정신)이 썩으면 악취를 풍길 뿐이라는 것’을 가르쳐주는 본보기로 쓰이게 된 것입니다. 

작년 한 해동안 우리 태권도인들의 선택은 어떠했나요? 선택이라는 것은 이처럼 작게는 한 사람으로부터 한 집단, 나아가 한 국가의 운명을 완전히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변수입니다.  따라서 지금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 태권도계를 바라보는 태권도지도자들의 마음은 참으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죽는 날까지 태권도인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 태권도지도자들은 태권도계의 3대기구인 세계태권도연맹, 대한태권도협회, 국기원 임원들의 올바르고 현명한 선택을 원하고 있습니다. 태권도의 미래가 어떻든 개인과 조직의 이익만을 추구함으로써 두고두고 부끄러운 모습을 후배들에게 남겨줄 것인지, 당장 힘들더라도 양심과 정의의 편에 서서 태권도 발전을 위해 벽돌 하나라도 제대로 쌓을 것인지 그 결과에 대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값을 치르게 될 것입니다. 

올해는 부디 모든 태권도인들이 정의와 진리를 실천하는 태권도인으로 거듭나는 한해가 되길 기원해 봅니다.

박장기 본지 전문위원((주)TMG 대표)  p1901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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