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용인대에 태권도학과가 생긴 후 태권도 관련 학과가 30여 개에 이르고 있지만, 태권도 전공 교재가 턱없이 부족해 이를 우려하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 태권도 전공 교재의 실상 

현재까지 발간된 태권도 전공 교재는 주로 태권도 교본과 개론 등 태권도에 대한 종합적인 이론 교재와 품새론, 시범론, 겨루기론 등 실기 위주의 교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나마 90년대 말부터 태권도의 철학, 역사, 건강, 수련프로그램 등의 교재가 발간되고 있지만, 교재의 질(質)과 양(量)적인 측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간혹 몇 몇 교수들이 교재와 책을 펴내도 동료 교수들의 이름을 함께 넣어주는 실적 위주의 공저(共著)도 횡행하고 있다.

실정이 이렇다보니 일부 교수(겸임, 시간강사 포함)들은 자신이 강의하는 교과목을 맡으면, 어떤 교재로 학생들을 가르쳐야 할지 절치부심하고 있다. 이런 실상은 2년제 태권도 관련 학과의 교수들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나 마땅한 교재가 없으면 이것저것 끌어다 만든, 일명 ‘짜깁기 교재’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지각있는 태권도인들은 태권도 전공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선 양질의 교재가 많이 발간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런 여론에 대학 교수들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한 교수는 “태권도 전공 학생들이 공부할만한 태권도 서적과 교재가 부족하다”며 책을 읽지 않는 학생들도 문제지만, 교재를 만들지 않는 교수들도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용규 한국체대 태권도학과 교수는 구체적인 현황을 제시하며 교재 개발의 중요성을 제기했다.

안 교수는 지난해 4월 <본지>에 기고한 칼럼에서 “태권도 품새나 기본동작을 다룬 교본류의 10여 권을 제외하면 태권도 전공 교재는 40권을 넘지 못한다”며 “태권도 학문화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실기 위주의 교본류에 머물 것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에 바탕을 두고 이론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종합 교과서가 편찬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 양질의 교재를 펴내기 위한 노력 

그렇다면, 양질의 태권도 교재를 많이 만들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많은 태권도인들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들의 자성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년에 연구 논문을 한 번도 안 쓰는 교수들을 겨냥한 가시돋친 질타가 아닐 수 없다.

일부 태권도인들은 “가급적이면 자신이 맡은 교과목은 자신이 만든 교재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좋지 않으냐”며 태만과 안일에 빠진 교수들을 비꼬고 있다.

그러나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실기 전공 교수들에게 교재를 펴내라고 하는 것은 현실여건상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계명대의 한 교수는 “대학의 교수들은 그 나름의 특성과 기능이 있다. 실기를 가르치는 교수들에게 글을 쓰고 책을 만들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요구”라고 말했다.

교재는 대중 서적이 아니기 때문에 출판사와 어렵게 계약을 해야 하는 등 여러 가지 고충도 많아 교재를 만들고 발간하는 과정이 생각처럼 수월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세계태권도연맹이 태권도 학문의 이론 정립을 위해 한 출판사와 손을 잡고 ‘태권도 시리즈’를 발간하는 것처럼 국기원도 학문 진흥과 교재 개발을 위해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평소 태권도학과에 적합한 교재 개발이 중요하다고 설파해온 안용규 교수는 “교수 개개인의 노력을 종용하기보다는 태권도 관련 학과 교수들의 공동 저작을 통해 교재 개발을 원활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서성원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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